[스크랩] 자화상-윤동주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 돌아 논가 외딴 우물로 홀로 찿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왔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 세상의 시(詩) 2014.07.11
[스크랩] 자작나무-도종환 자작나무 도종환 자작나무처럼 나도 추운데서 자랐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맑지만 창백한 모습이었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꽃은 제대로 피우지 못하면서 꿈의 키만 높게 키웠다 내가 자라던 곳에는 어려서부터 바람이 차게 불고 나이 들어서도 눈보라 심했다 그러나 눈보라 북서풍 아니었.. 세상의 시(詩) 2014.07.11
[스크랩] 사랑법-강은교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세상의 시(詩) 2014.07.11
[스크랩] 추억-천양희 추억 천양희 포도는 익으면 향기를 낸다. 향기 속에 포도밭의 추억이 있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 볏잎 속에 들판의 추억이 있다. 꽃은 만발하면 꽃잎을 떨어뜨린다. 꽃잎 속에 꽃밭의 추억이 있다. 사람은 나이들면 주름이 진다. 주름 속에 사람의 추억이 있다. 세상의 시(詩) 2014.07.11
[스크랩] 나무들은 때로 붉은 입술로 말한다-이기철 나무들은 때로 붉은 입술로 말한다 - 이기철 사랑하는 시간만이 生이 아니다 고뇌하고 눈노하는 시간도 끓는 生이다 기다림만이 제 몫인 집들은 서 있고 뜨락에는 주인의 마음만한 꽃들이 뽀루지처럼 붉게 핀다 날아간 새들이여, 어서 돌아오너라 이 세상 먼저 간 사람들의 안부는 이따 .. 세상의 시(詩) 2014.07.11
[스크랩] 소금-류시화 소 금 류시화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세상의 시(詩) 2014.07.11
[스크랩]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박정원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박정원 기다림은 그대로 좋은 것 바람이 불어와 너를 비우고 지나가듯 매듭짓지 마라 있는 그대로 마음 그대로 너는 한 가닥 바람으로 영원 속에 머물 존재리니 지금 네가 움켜쥐고 있는 너는 언젠가는 영원으로 돌려보내야 할 작은 빛이리니 세상의 시(詩) 2014.07.11
[스크랩] 스침에 대하여-송수권 스침에 대하여 송수권 직선으로 가는 삶은 박치기지만 곡선으로 가는 삶은 스침이다 스침은 인연,인연은 곡선에서 온다 그 곡선 속에 슬픔이 있고 기쁨이 있다 스침은 느리게 오거나 더디게 온다 나비 한 마리 방금 꽃 한송이를 스쳐가듯 스쳐가는 것 오늘 나는 누구를 스쳐가는가 스침은.. 세상의 시(詩) 2014.07.11
[스크랩] 멀리 가는 물-도종환 멀리 가는 물 -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 세상의 시(詩) 2014.07.11
[스크랩] 찬밥-문정희 찬 밥 문정희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 세상의 시(詩) 2014.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