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밥
문정희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품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출처 : 금사(錦沙)시낭송.스피치 힐링&조이 아카데미
글쓴이 : silkjewel 원글보기
메모 :
' 세상의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스침에 대하여-송수권 (0) | 2014.07.11 |
---|---|
[스크랩] 멀리 가는 물-도종환 (0) | 2014.07.11 |
[스크랩] 틈-이상국 (0) | 2014.07.11 |
[스크랩] 눈위에 쓴 시-류시화 (0) | 2014.07.11 |
[스크랩] 그대앞에 봄이 있다-김종해 (0) | 2014.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