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詩)

[스크랩] 찬밥-문정희

비단모래 2014. 7. 11. 13:13

찬 밥

 

                     문정희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품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출처 : 금사(錦沙)시낭송.스피치 힐링&조이 아카데미
글쓴이 : silkjewe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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