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은 때로 붉은 입술로 말한다
- 이기철
사랑하는 시간만이 生이 아니다
고뇌하고 눈노하는 시간도 끓는 生이다
기다림만이 제 몫인 집들은 서 있고
뜨락에는 주인의 마음만한 꽃들이
뽀루지처럼 붉게 핀다
날아간 새들이여, 어서 돌아오너라
이 세상 먼저 간 사람들의 안부는 이따 묻기로 하고
오늘 아침 쌀 씻는 사람들의 안부부터 물어야지
햇빛이 우리의 마음을 배추 잎처럼 비출 때
사람들은 푸른 벌레처럼 지붕아래서 잠 깬다
아무리 작게 산 사람의 일생이라도
한 줄로 요약되는 삶은 없다
그걸 아는 물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흘러간다
반딧불만한 꿈들 문패아래서 잠드는 내일이면
이 세상에 주소가 없을 사람들
너무 큰 희망은 슬픔이 된다
못 만난 내일이 등위에서 또 어깨를 툭 친다
生은 결코 수사가 아니다
고통도 번죄도 힘껏 껴안는 것이 生이다
나무들은 때로 붉은 입술로 말한다
生은 피우는 만큼 붉게 핀다고
출처 : 금사(錦沙)시낭송.스피치 힐링&조이 아카데미
글쓴이 : silkjewe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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