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요리

부추에 담긴 그리움

비단모래 2015. 4. 14. 02:07

 고향집 텃밭에 부추가 다복하게 올라왔습니다.

부추를 베어내며 울컥 가슴까지 차오르는 뭉클함 때문에 가슴이 뻐근했습니다.

이부추는 내가 시집오기 전부터 어머님의 텃밭에서 자란것입니다.

어머님의 텃밭은 부추 달래 상추 아욱 갖가지 채소가 자랐습니다.

그중에서도 부추에 대한 기억을

부추에 대한 그리움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36년 전,12월에 결혼해 얼마 되지 않은 봄

시골집에 갔습니다.

그때만해도 부엌은 나무를 때서 가마솥에 밥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부엌에서 음식을 하시던 어머님께서

"애기야, 밭에 솔 좀 띁어서 정지로 가져와라" 하시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밭에 솔은 없었습니다.

갑자기 솔은 왜 찾으시는지..솥을 닦으려고 하시는지 아니면

부엌바닥을 닦으시려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정지는 어딘지 ..충청도에서 낳고 대전에서 자란 나는

어머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해 마당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 남편에게 '어머니께서 솔을 가지고 정지로 오라시는데

솔이 보이지 않고 정지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하자

남편은 나를 데리고 텃밭으로 갔습니다.

 

그건 바로 부추였습니다. 정구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 부추를 칼로 쓱쓱 베더니 어머니 계시는 부엌으로 가면서

"색시 여기가 정지야" 라며 웃었습니다.

 

부추를 솔이라고 부르셨고 부엌을 정지라고 하신거였습니다.

 

그 부추는 아침 밥상위에서 맛있는 반찬이 되었습니다.

밥솥에 넣고 새우젓을 넣은 계란찜에도 송송 썰어 올려졌고

부추전이 동그랗게 붙여졌고 미나리와 섞어 겉절이가 되어 상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달래와 함께 된장찌개 속에서도 부추는 파랗게 익었습니다.

집에서 먹는 반찬은 모두다 텃밭에서 나왔고 어머님의 텃밭은 어머님에게는

시름을 달래고 가족들의 배를 불리는 보물창고였습니다.

 

어머님의 손맛은 기가막히게 마술을 부렸습니다

혀끝에 남은 어머니맛..세월이 이만큼 흘렀어도 어머님 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집에 가지고 와서 겉절이를 해도 된장을 끓여도 어머님 맛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혀가 어머니 맛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님 돌아가신지 10년

하지만 어머님 텃밭의 부추는 해마다 파랗게 돋아납니다.

그렇게 돋아난 부추를 볼때마다 목이 뜨거워 집니다.

어머님 손길이 남아있고 어머님 손길로 가꾸었던 부추밭

이렇게 해마다 해마다 무성해 져가고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도 자꾸만 커져갑니다.

 

부추는 혈액순환을 도와 피를 맑게 해주고 어혈도 풀어주고 허리나
어깨가 결리고 아플때나
얼굴에 기미가 있을때도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부추는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부인병 등
생리통 냉증에도 효과 있답니다.

 

부추는 간기능이 좋지않으신분이나
변비가 있으신 분들은 변비가 치료된답니다.

철분, 칼슘, 비타민C 비타민E 등
소장, 대장을보호하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준답니다

 

부추는 겨우내 땅의 기운을 받고  자라는데요
정구지, 솔, 소풀 등 여러가지 방언으로 불리며
 예로부터 서민들의 보양식으로
사랑 받아 온 채소 입니다.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불교계에서는
오신채(파, 마늘, 부추, 양파, 달래)를 금하고 있답니다

 

‘봄 부추는 인삼보다 좋다’
‘이른 봄에 나오는 초벌 부추는 사위한테도 안 주고 영감한테만 몰래 준다’
속담이 있을 만큼 자양강장에 좋은 식품입니다.

 

이렇게 좋은 부추밭이 김을 매주지 않아 풀이 무성했습니다.

그래서 비닐을 치고 몇 뿌리를 옮겨 심어놓앗습니다.

자주 가지 못하니 풀에 치일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웠습니다.

 

어머님이 가꾸시던 부추밭

영양만점의 이밭은 대대로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리움도 다복하게 올라오는 봄

부추를 보며 어머님을 기억합니다.

 

 

★ 부추의 다양한 이름 

*부추가 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생식기능을 좋게한다고 하여 온신고정(溫腎固精)
*남자의 양기를 세운다 하여 부르는 기양초(起陽草)
*부부간에 정을 오래 유지시켜 준다 하여 정구지(精久持)
*과부집 담을 넘을 정도로 힘이 생긴다고 하여 월담초(越담 草)
*운우지정을 나누면 초가삼간이 무너진다고 하여 파옥초(破屋草)
*장복하면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 하여 파벽초(破璧草)


★ 재미 있는 부추관련 속담
*봄에 나는 부추는 인삼, 녹용보다 좋다.
*봄 부추 한저름은 피 한방울 보다 낫다.
*초벌 부추는 사위도 안준다.
*부부 사이 좋으면 집 허물고 부추 심는다.
*안방에서 안나가는 계으른 사람이 가꾸기에 딱 좋은 채소이다
*부추 씻은 첫물은 아들도 안주고 신랑만 준다
*부추 한줌이면 백년 묵은 체증도 가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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