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詩)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이면우

비단모래 2014. 6. 15. 15:18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깊은 밤 남자 우는 소리를 들었다 현관, 복도, 계단에

서서 에이 울음소리 아니잖아 그렇게 가다 서다 놀이터

까지 갔다 거기, 한 사내 모래바닥에 머리 처박고 엄니,

엄니, 가로등 없는 데서 제 속에 성냥불 켜대듯 깜박깜

박 운다 한참 묵묵히 섰다 돌아와 뒤척대다 잠들었다.

 

  아침 상머리 아이도 엄마도 왠 울음소리냐는 거다 말

꺼낸 나마저 문득 그게 그럼 꿈이었나 했다 그러나 손

내밀까 말까 망설이며 끝내 깍지 못 푼 팔뚝에 오소소

돋던 소름 안 지워져 아침길에 슬쩍 보니 바로 거기, 한

사내 머리로 당을 뚫고 나가려던 흔적, 둥그마니 패었다.

 

 

 

*화염 경배

   

  보일러 새벽 가동 중 화염 투시구로 연소실을 본다

  고맙다 저 불길, 참 오래 날 먹여 살렸다 밥, 돼지고

기, 공납금이

  다 저기서 나왔다 녹차의 쓸쓸함도 따라나왔다 내 가

족의

  웃음, 눈물이 저 불길 속에 함께 타올랐다

 

  불길 속에서 마술처럼 음식을 끄집어내는

  여자를 경배하듯 나는 불길에게 일찍 붉은 마음을 들

어 바쳤다

  불길과 여자는 함께 뜨겁고 서늘하다 나는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그래, 지금처럼 나와

  가족을 지켜다오 때가 되면

 

  육신을 들어 네게 바치겠다.

 

  

  

 

 

*술병빗돌

 

그 주정뱅이 간경화로 죽었다 살아다 마셔버렸으니

남은건 고만고만한 아이셋,시립공동묘지 비탈에 끌어

묻고 돌아나오는데 코훌쩍이 여섯살 사내애가 붉은 무

덤 발치에 소주병을 묻는다 그것도 거꾸로 세워 묻는다

 

그거 왜 묻느냐니까 울어 퉁퉁 분 누나들 사이에서

뽀송한 눈으로 빤히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중에 안잊어버릴라구요

 

 

이면우 시인의 시집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받은 건 2009년 이었다

책장에 시인의 친필 사인이 2009년 어느날 이라고 적혀있다.

어느 자리에서 작고 조금은 수줍은 시인을 만났다

그 시인이 대학에서 소설을 가르치신 교수님의 동생이라는 걸 알고 놀라고

나와 같은 구에 살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보일러 수리공이라는 것에 놀랐다.

시집을 받고  무심코 읽고서 책꽂이에 꽂아두었다가

어제 저녁 꺼내 읽다가 눈물 쏟은 시집.."아무도 울지않는 밤은 없다"

 

시민대학 강의를 준비하려고 시를 읽다가 그가 몸으로 쓴

그가 오체투지하듯 온몸을 바쳐 쓴 시를 읽고 가슴이 울렁였다.

 

시를 삶의 현실의 그릇으로 담아낸

보일러에 불을 피우며 그 불로 인해 밥이 되고 공납금이 되고 돼지고기가 되고

가족의 웃음과 눈물이 된 시를 쓴 그 시인이 대단하다.

그 불꽃에 감사하며 때가되면 그 불꽃에

육신을 들어 바치겠다는 그 결의가고마웠다

 

참을 인자 석자를 가슴에 새기고

가슴인자를 지갑속에 돈대신 카드대신 가지고 다닌다는 시인

 

돈을 참고 술을 참고 여자를 참으라던 시인아내의 당부를 지키는 시인

사람이 있는 것에 가면 꼭 양치질을 하는 시인

음식을 시키면 곱배기를 시키는 시인

 

술담배를 끊고 작은 집을 샀고 아이를 키웠고 시를 쓴 시인은

순전히 가족의 안녕을 위해 대중교통중에 가장큰 버스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절대로 오입을 하지 않는다는 시인의 시는 그야말로 그 시인의 삶이었다.

고단하지만 늘 희망을 불을 피웠고

가난하지만 늘 행복의 불을 피워 시를 쓰는

시의 화부다.

 

일찍 자연학교 학생이되어

사람들 사이에서도 늘 유효한 꿈을 자기고 있고

늘 저 불길에 고마움을 가지고 있는

정말 고마운 시인이다.

 

이 시를 함께하면서

오늘은 우리들의 고단한 남편들에게 경배의 시를 써보자고...

그 고단한 남편과 아비의 눈물에 고마움을 보내보자고

마무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