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詩)

[스크랩]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

비단모래 2014. 7. 11. 13:09

//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이시는 대전의 한 판사가 피의자인 한 여성에게 읽어주어

그 여성피의자가 눈물흘리게 한 감동의 시입니다.

상한 갈대도 꺾지않으시는 ...어떤 분의 마음과 닮은 시..

//
출처 : 금사(錦沙)시낭송.스피치 힐링&조이 아카데미
글쓴이 : silkjewel 원글보기
메모 :

' 세상의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행복-나태주  (0) 2014.07.11
[스크랩] 12월의 시-이해인  (0) 2014.07.11
[스크랩] 담쟁이-도종환  (0) 2014.07.11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이면우  (0) 2014.06.15
메리 크리스마스  (0) 2013.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