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詩)

메리 크리스마스

비단모래 2013. 12. 25. 13:57

                                                                             송년 시낭송의 밤  사회보던 사진을 넣어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보내준 이쁜 지원씨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태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를 기다리며
20년 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동안 네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바닥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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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늙은 아내를 생각하는 그마음이

오히려

눈물겨운 시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