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詩)

첫눈 오는 날 만나자-정호승

비단모래 2011. 12. 9. 10:18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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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그대였으면 좋겠습니다.

첫.눈.이.야

 핸드폰 문자를 보내주고

보.고.싶.어 라는 말을 쓰지 못한 그사람

 

첫눈 오는 날 어깨를 기대고 싶은 사람

그대였으면 좋겠습니다

약속은 없었어도 그 자리에 가면

거기 그렇게 서있을 사람

 

첫눈 오는 날

첫눈을 바라보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바로 그대였으면 좋겠습니다.

내 머릿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단 한사람의 이름

 

첫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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