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형제라는 이름

비단모래 2011. 12. 29. 08:57

 

 

 

잘 주무셨는지요?

큰일 치르시느라 형님께서 고생 많이 하셨어요

고맙습니다 글구 늘감사드려요

항상 건강하시고요

오늘도 홧팅하세요

 

막내동서의 문자다.

아침에 동서의 문자를 받고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제 동서나 시누이들에게 모두 일 치르느라 수고했다는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건넸다.

집안의 큰일을 8남매가 한마음으로 치르니

수월했다.

그리고 나의 아들둘과 두며느리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기 좋았다.

큰 아들은 집안의 장손으로 호상을 보면서 경제적인 것을 담당했고

작은 아들은 조카의 이름으로 영정을 모시고 끝까지 따랐다.

두며느리는 임신한 무거운 몸으로 장지까지 따라나섰다.

집에 있어도 된다고 해도 작은엄마를 함께 모시고 싶다고 했다.

그 마음들이 고마웠다.

 

무엇보다 고마운것은 막내동서가 함께 한 것이다.

집안마다 각각의 문제가 있기마련인데 우리집도 막내동서가 7년간 대소사일에 참여하지 않았다.

어머님 상을 치른 후 부터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내와가 심하게 다투더니

명절이 되어도 아버님 생신이 되어도 할머님 어머님 기일에도

조카의 결혼식에도 우리집의 많은 일에 불참했다.

마음은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막내가 하늘로 간 동서의 마지막을 지켰다.

둘째가 서울에 입원하고 있을때 막내가 왔다.

둘째는 여러번 막내에게 문자를 하고 전화를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답이 없다고 답답하다고 내게 털어놓았다.

"때가 되면 막내도 마음을 돌릴거야...형님들하고 사이가 나쁜게 아니라 부부문제니까..

남편이 미우면 시집식구 뭐가 좋겠어"

 

나는 덤덤히 말했지만 둘째는 급했나보다.

그런데 막내가 병원엘 왔다.

내가 둘째에게 말했다.

"동서는 왜그렇게 막내에게 문자를 하고 그랬어?"

힘겨운 입을 열어 말했다.

"식구들 모이는데 같이 하라고..."

 

그 이야기를 들은 막내는 울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일을 털어놓았다.

하여간 그집안의 가정사..그리고 막내시동생의 성격이 막내동서의 마음을 닫아놓게 만들었나보다.

그런데 요즘 막내시동생도 많이 변했다고 한다.

 

7년만에 우리 대소사에 돌아온 막내동서는 둘째가 대전병원에 있는 한달동안

열심히 병원을 다녔다.

그리고 좋다는 약을 다려오기도 했다.

그리고 늘 서럽게 울었다.

 

죄송해요.죄송해요.

 

우리는 둘째를 떠나보내고 막내동서를 우리의 일원 속으로 다시 들어오게 했다.

 

어제 문자를 보냈었다.

"막내...큰일 치르는데 마음 보태줘서 고마워.

동서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웃었으면 좋겠어. 수고했어"

 

그랬더니 오늘 아침 답이 온것이다.

아...쓸쓸함을 달래주는 이 기운은 무엇일까?

 

둘째동서의 빈자리를 막내가 채워 줄 것을 믿는다.

 

이번 큰일을 치르면서 우리형제들의 단합을 보았고

다시 한 번 진한 피내림을 느낄 수 있었다.

동서가 떠나며 형제의 결속을 다시한 번 다지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더 그립다.

오늘 동서의 스물일곱번째 결혼기념일 인데...

차마 전화 할 수 없어 그냥 시동생에게 문자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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