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퇴근하고 집에가 현관문을 열다 깜짝 놀랬다.
거실가득 날벌레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들어가 창문을 열고 약을 뿌리다 보니 쌀나방 이었다.
아..쌀...
두식구가 살아서 쌀을 많이 먹지않다보니 쌀벌레가 났다.
남편은 점심 저녁을 거의 회사에서 먹고오고..나도 모임이 자주 있고..
그러다 보니 매해 여름마다 쌀벌레 때문에 곤혹을 치뤘다.
통마늘을 넣어보고..쌀벌레 잡는다는 약도사다 넣어봐도 여지없이 벌레가 생겨
쌀을 씻을때마다 쌀이 둥둥 떠 버렸다.
이렇게 쌀벌레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지난 기일에 큰며느리가 와서
"엄마...쌀요 PT병에 넣어 두고 두시면 벌레 안생겨요.
저도 그래서 그렇게 해 놓으니까요..벌레도 생기지 않고 보기도 좋고 조금씩 따라 먹어서
무거운 쌀자루 안들어도 되고요.."
이런 30년 주부경력인 나보다 이제 2년 주부경력인 며느리가 이런 노하우를 갖고 있다니..
그래 맞어 나는 그동안 불량주부였어.
그도 그럴듯 하다. 공기를 차단하니 벌레가 안생길 수 밖에...
며느리가 생수 통 두개를 보내 이렇게 담아놓았다.
마음이 개운하다.
묵은 쌀
작년 농사지어 한 가마니 아파트에 가져다 놓은 쌀
온도가 맞지 않아서인지
밥을 잘 안먹어서 인지
해를 묵으니 묵은내 나고 벌레가 파먹어
쌀을 씻을 때마다 벌레가 둥둥뜨고 속 파먹힌 쌀껍질이 떠내려간다
떡국떡이나 빼야겠다고
쌀을 씻는데
가슴 한쪽이 뻐근해져온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렇게 냄새나고
빈껍질만 남는 것
오십년이나 묵은 내 몸
맹장도 난소도 생명창고도 떼어내고
뱃속 텅비어
쓸데없이 묵은 세월만 가득차
꽃 피우지 못하는 꽃눈만
몇년째 동면중이다
쌀은 묵으면 떡국떡이라도 빼지
사람 묵으니
쓸데라곤 없어
공연히 수돗물 잠그지 못하고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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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쓴 나의 시다.
묵은 쌀을 씻으며 50여년 묵은 나의 몸을 생각했다.
쌀은 묵으면 떡이라도 빼지..묵은 나의 몸..여기저기 아픈곳만 생기니 어디다 쓸까 싶다.
나도 부패되지 않은 어떤 진공관에 들어갈 순 없을까..생각하다 그냥 웃는다.
참 사치스런 생각이다.
그냥 세월에 흘러 갈 일이다.
세월이 주는 훈장을 달고...그렇게 세월과 발맞춰 가다가
나의 몸도 아주 요긴하게...쓰여질 일을 궁리하면 될일이다.
나의 어머니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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