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을이라고 말하기 이른(8월 첫주가 입추)무더위속에
철 없이 코스모스가 피었다.
이 더위 어쩌려고 그 가냘픈 몸으로 피었는지 애잔하다.
하지만 참 반갑다.
유난히 코스모스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 불쑥 찾아올 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직도 마음이 이러니
언제 철이들까?
그래..사랑이란 말야
때론 철없이 피는 것도 좋을거야.
맛을보다
-양애경
어릴적 아버지만 드시던 꿀단지
하얀 자기 뚜껑은 끈적끈적
아버지가 찻숟갈로 꿀울 떠먹고
혀를 휘~돌려 숟갈을 빨고는
다시 한숟갈 뜨는 걸 보며
'더러워라'생각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혼자 다락에 올라
품펴먹는 꿀맛은
달콤하긴 했지
하긴 꿀은 벌들이 빨아먹은
꽃꿀과 꽃가루를 토해낸 거잖아
침 투성이 이잖아
아니,침 그 자체이겠네
키스는,
상대의 침을 맛보는 일
맛을보고서
'아,괜찮네'싶으면
몸을 섞기도 하고
몸을 섞는 게 괜찮다 싶으면
이이를 만들기도 하잖아
몸과 몸끼리
서로를 맛보는 일
어차피 침투성이
더러울 것 하나 없겠네
*양애경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불이 있는 몇개의 풍경.사랑의 예감.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내가 암늑대라면 시집이 있고
현.공주 영상대학교 교수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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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다가 오싹했다.
아...감탄이 나왔다.
그래 우리 삶은 서로가 서로를 맛보고 사는게 아닐까.
맛이 좋으면 침을 섞고 몸을 섞고 ..
그러다 보면 어차피 몸은 침투성이...
대학원 수업을 맏으면 만난 양애경교수의 모습은 참 단아하다.
깨끗한 꽃 한송이같다.
그의 가슴 어디에 이런 불꽃이 들어있는 걸까.
내가 암늑대라면을 읽으며 그녀의 모습을 생각했다.
그녀 몸은 활화산이다.
그녀의 시도 활화산이다.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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