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詩)

사랑은 맛을 보는 것

비단모래 2010. 7. 21. 20:51

 

 아직 가을이라고 말하기 이른(8월 첫주가 입추)무더위속에

철 없이 코스모스가 피었다.

이 더위 어쩌려고 그 가냘픈 몸으로 피었는지 애잔하다.

 

하지만 참 반갑다.

유난히 코스모스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 불쑥 찾아올 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직도 마음이 이러니

언제 철이들까?

 

그래..사랑이란 말야

때론 철없이 피는 것도 좋을거야.

 

맛을보다

          -양애경

 

어릴적 아버지만 드시던 꿀단지

하얀 자기 뚜껑은 끈적끈적

아버지가 찻숟갈로 꿀울 떠먹고

혀를 휘~돌려 숟갈을 빨고는

다시 한숟갈 뜨는 걸 보며

'더러워라'생각했지만

 

그래도

나중에 혼자 다락에 올라

품펴먹는 꿀맛은

달콤하긴 했지

 

하긴 꿀은 벌들이 빨아먹은

꽃꿀과 꽃가루를 토해낸 거잖아

침 투성이 이잖아

아니,침 그 자체이겠네

 

키스는,

상대의 침을 맛보는 일

맛을보고서

'아,괜찮네'싶으면

몸을 섞기도 하고

 

몸을 섞는 게 괜찮다 싶으면

이이를 만들기도 하잖아

 

몸과 몸끼리

서로를 맛보는 일

어차피 침투성이

더러울 것 하나 없겠네

 

*양애경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불이 있는 몇개의 풍경.사랑의 예감.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내가 암늑대라면 시집이 있고

현.공주 영상대학교 교수로 재직.

--------------------------------------------------------------------

이 시를 읽다가 오싹했다.

아...감탄이 나왔다.

그래 우리 삶은 서로가 서로를 맛보고 사는게 아닐까.

맛이 좋으면 침을 섞고 몸을 섞고 ..

그러다 보면 어차피 몸은 침투성이...

 

대학원 수업을 맏으면 만난 양애경교수의 모습은 참 단아하다.

깨끗한 꽃 한송이같다.

그의 가슴 어디에 이런 불꽃이 들어있는 걸까.

내가 암늑대라면을 읽으며 그녀의 모습을 생각했다.

그녀 몸은 활화산이다.

그녀의 시도 활화산이다.

통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