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이 있던 자리
이순옥
추운 겨울 견디지 못하고
시들어가는 화분
무심코 내다 버렸다
동그랗게 자국 남았다
걸레로 닦아보고
약품으로 지워보고
매일매일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
화분과 바닥의 그리움이
긴 겨울동안 깊어진 것일까
달리 보살피지 않고
무심히 놓아둔 틈을 타
서로 사랑하고 있었나보다
그 기억 빼앗기지 않으려고
화분은 상처 남기고
바닥은 상처 껴안으며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무심코 갈라놓은 나에게
어느날 고딩 딸에게
남자친구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그 녀석이 맘에 들지 않아서
만나지 말 것을 강요했다...
-이순옥 시인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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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이란 우리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상처인가
흔적이란 우리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인가
흔적이란 우리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사연인가
반지를 끼었던 약지손가락..반지를 빼서 물에 던졌어도 하얗고 둥글게 남은 흔적
반지를 끼며 약속했던 사랑의 흔적이다.
세월이 흘러도 사랑했던 흔적은 심장안에 남는다.'
심장이 뛰며 피를 콸콸 끌어올리며 사랑을 분해한다.
사랑을 잃고 죽을것 같던 날들 흘러가고 오롯이 하얀흔적만 남아 기억하게 한다.
화분도 그랬을것이다
편편한 가슴에 편안히 안겨..영역표시를 했을것이다.
너와나 사이에 남기고 싶은 것 무얼까?
어떤 흔적을 남길까
내가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것.. 볼펜한자루라도 그것을 어루만지면서 그때의 체온을 기억할 것이다.
화분을 밖으로 내놓자 하얀 자국만 남아 세월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며 이 시인은 자신의 잣대로..자신의 눈높이로 억지로 갈라놓은 어린딸의
가슴에 남았을 흔적을 아릿하게 아파한다.
흔적은 우두처럼 영원히 남아 문득문득 그립게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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