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詩)

소금창고

비단모래 2010. 6. 18. 15:08

 

 

 

소금창고

          박성우

 

  그녀는 소금을 가지고 있다
  낡고 오래된 창고 안에는
  소금덩이들이 무더기로 부러져 있다

  소금창고를 물려받던 열댓 살 무렵
  소금 저장법을 알 리 없는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녹아 흘러버리는 소금을
  어찌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런 탓에
  소금물은 그렁그렁 녹아내리기 일쑤였다

  그녀가 아들을 잃고 남편이 떠나던 이십여 년 전
  무심코 열어본 소금창고에서는
  짜디짠 소금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창고의 문은 여간 닫히지 않았고
  곁에 있던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다

  그녀의 눈 속에는 소금창고가 있다
  이맛살과 눈주름이 폭삭 내려앉은 창고 안에는
  넘실넘실 녹아나가는 소금물을
  꾹꾹 눌러 말린 소금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누렇고 검게 그을린 소금덩어리

 

박성우 시인

 1971년 전북 정읍에서 출생했다. 원광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 재학중이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거미』(창작과비평, 2002)가 있다.

 

 *탈무드에 보면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세가지 금이 있다고 한다

우리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황금..금이 있고

우리의 입맛에 간을 맞추는 소금이 있고

그리고 지금..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지금이 있다고 한다.

 

소금.. 바닷물을 졸이고 졸여 알갱이로 만들어 낸것

너는 소금이 되어라.’ 종종 어른들께서 후손이나 후배들에게 주는 인생 길잡이 가르침이다.

이세상 살아가면서 몸담고 있는 어느 곳에서든 꼭 필요한 사람, 기둥이 되라고 하는 뜻이 소금이다.

그녀는 소금창고를 가지고 있다.

가슴속을 그을리고 태워서 짭짤한 생을 나르는 그녀

부패를 막고 절약과 검소함의 대명사 소금

그 소금통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삶에 간을 맞추며 종종이고 있을것이다.

 

진액을 짜내고 짜낸 소금이 켜켜이 쌓여 누렇고 검게 그을려 있지만

그녀가 있기에 세상은 썩지않고 간이 맞을 것이다.

그녀들을 사랑하라..모든 남자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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