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詩)

남편/문정희

비단모래 2010. 4. 23. 11:37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 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나에게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문정희(文貞姬, 1947년 5월 25일 ~ )는 대한민국시인이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9년에 《월간문학》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현재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여자가 결혼해야만 비로소 가질 수 있는 사람 남편이다.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면 남편이란 이름이 그렇듯이
이 남자는 내것이 되기에는 너무도 먼 거리에 서있다.결혼을 하면 젊어서 그렇지도 않았으면서 최고의
효자가 되고..내편이 되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애시당초 남편이란 이름을 지은게 잘못이다.
결국 이남자로 하여금 여자는 유뷰녀라는 이름을 얻고 그 남자의 얼굴 날씨를 살피며
일생을 살아간다. 옛 어머니들은 이 남자가 젊은시절은  평생 남편이 되었다가 늙고
병들고 다리에 힘빠져야 결국 겨 들어오는 아무 쓰잘떼기 없는 물건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남편으로 살아오는 남자들, 지금 시대는 여성상위시대니 어쩌니..불안한 기세가 몰려오고 있다.
1990년대 생들에게 결혼 대란이 몰려올거라는 뉴스를 보면서
이제 남자들이 남편이 아닌 내편이 되는 날이 가까우리라 믿는다.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고 전쟁을 가장 많이 치뤄낸 남자
그러면서도 그남자를 위해 저녁을 짓는 남자인, 남편은 내 새끼를 낳게 해주었으므로
가깝고도 가장 먼 웬수같은 남자를 사랑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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