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잠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어물전에서 조개 한 마리의 발
(도끼 모양의 발이라 하여 부족(斧足)이라고 한다.)
을 보고 시인은 연민을 떠올리고 살아 있음의 수고를 떠올리고 헤어짐과 만남을 떠올리고
슬픔을 떠올리고 가난을 떠올리더니 마침내 위로를 가져다준다. 문득 가난한 것이 이루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고, 나는 그만큼 가난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지려 할 즈음,
사는게 절실해야 시가 나온다는 어떤 시인의 말씀도 떠오르고.. 나는 왜 절실하지 못할까. 하는 반성도 하게되는 시
천안함 수병들이 오래도록 물속에서 잠겨있던 맨발이 생각나 코끝이 찡하고
정지용 님의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떠오르는 시 맨발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