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제비새끼들 처럼
입벌리고 있는 주둥이에
에미는 부지런히 먹이를 나르고 있다
모유수유를 끝낸 에미는
만족하게 웃고
배부르게 물 먹은 땅은
금세
봄동백 촉촉하게 화장하고 유리창 안에서
꽃잎 피울 널 기다린다
첫날밤이 그리 황홀했으랴
꽃잎 위에 쏟아지던 토정은
뜨거움 이었다
너는 맛있는 것을 달라고 조르다 거절당한 아이라고
얼굴 붉지만
생전 처음
눈길 팔아 뒤꼍을 돌아 온
그래서 북쪽만 바라보고 섰는 목련꽃 같이
얼룩진 상실을 안고
심장 한겹을 벗겨내던 그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리라
기적같은 봄비 그치면
도미노처럼 쓰러지며 번져 갈 봄꽃들
그게 답장이리라
너에게 쓰는
자존심 꺾여진 아픔 이기지 못해 목 줄기 통째로 떨어지는 동백꽃
상처 난 낙화 소생시키는 머큐롬에
붉게 젖는다 이 저녁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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