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막내야!! 사랑하는 막내야~

비단모래 2007. 2. 23. 19:17

                                     영국에 있는 막내여동생과 막내남동생의..예쁜 나의 조카들

사랑하는 막내야!

 

이사짐이 실린 트럭이 출발하고 동생 식구들이 탄 동생차가 출발하는 뒤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행복하게 떠나는 동생을 웃으며 보내고 싶어서 동생 앞에서 눈물보이지 않았지만

동생차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니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해 졌어.

 

동생이 대전에 산다고 유별나게 잘한 큰누나도 아니었는데

그냥 동생이 가까이 살고 있다는 안도감이었는지

가슴 한쪽이 텅비는 것 같았어.

 

"큰고모 ~아이들 낳을때마다 달려와 주시고 오늘도 지켜주셔서 고마워요"

올케의 말을 들으며 아 이제 정말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동생이 서울 본사로 발령나고 한동안 주말부부로 사는것이 안타까워

이렇게 서울로 가 식구들이 함께 살게 된것이 너무도 다행이지만

누나는 허전하네.

 

큰누나 초등학교 오학년 때 동생이 태어나던 날 아침

어머니는 오늘은 학교에 가지말라고 하셨지.

아침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방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났어.

우리 이쁜 막내였지.

 

쬐그만 아기를 바라보며

내 동생이구나..이 이쁜 아기가...얼마나 행복했는지.

어머니가 늘 바쁘셔서 동생은 누나의 등에서 자랐지.

유난히 많이 울었던 우리동생~그땐 동생이 배가 고파 우는 줄도 모르고

너무 많이 우는 동생땜에 많이 힘들기도 했지.

등에서 잠이 든 동생을 누이면 금방 깨서 울어버려 동생을 업은 채 잠을자고

동생을 업고 벽에대고 숙제를 하고...

그러면서도 내동생은 왜그리 이쁜지..

 

참 가난한 시절을 함께 지내고

동생은 너무나 훌륭하게 자라 훌륭한 대학을 가고

국가 유수의 직장을 다니며 훌륭한 가정을 꾸리고

그리고 이디오피아 소년처럼 말랐던 동생이 적당히 배가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누나는 행복했지.

 

동생이 군대가던 날 아침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 입대하는곳을 따라가지 못했던

그 아쉬움 땜에 오늘은 울지않고 보낸걸 다행으로 생각하네.

 

"누나 고마웠어~

다음달 할아버지 제사때 내려올게요"

하는 동생을 보면서

침 의젓하게 사는구나 하는 마음이면서도 아직도 큰누나 눈엔 그때 업어주던 동생같아

짠~하네.

 

아들을 서울로 보내시고 이 저녁 허전해 하실 아버지도 그렇고..

또 아버지 곁을 떠나 서울로 가는 동생의 마음도 그렇고..

그런 아릿한 저녁이네.

 

이쁜 조카들

이제 자주 볼 수 없을것 같아 누나 핸드폰에 여러장의 사진을 찍어놓았네.

 

고모 안녕히 계세요~

합창하듯 떠나는 병아리 같은 내 조카들.

 

우리 또 이렇게 헤어지는구나

우리 또...

 

동생~정말 건강하게 잘 지내고 행복하게 가정 꾸리고...그리고

아버지께 자주 전화드리고...

그리고...

 

이팝나무꽃

 

창너머 황량한 벌판길

이팝꽃이 하얗게 가파른 봄을 밝혔다

 

뜨거운 밥 한 수저 씹지 못하고 넘긴 것 같이

식도를 데인듯한 뜨거운 침을 삼킨다

 

나이 열두 살 그 때

우리집 쌀통은 늘 배가 고팠다

보리쌀 한봉지 들고 돌아올 엄마를 기다리는 것도 배 고팠고

두 살배기 막내동생 물 빠진 논같이 말라가는데

 

엄마 젖을 찾으며 허공에 입을 헤매

컴컴한 우물에 두레박 내리고

설탕물이었음 하는 맹물을

출렁이게 먹이면

배보다 눈에서 먼저 물이 고여 출렁였다

 

동생 업고 골목을 나서다

하얀 쌀을 튀기던 튀밥기계는

훔치고 싶도록 하얀꽃을 토해냈다

 

동생의 입에 넣어주고 싶던 꽃

 

땅에 떨어진 몇개를 떨리게 주워

흙 털어

동생입에 넣어주면

그 달디단 맛에 동생은 하얀니를 드러내고 웃었다

 

서른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동생을 만난 봄날

애잔하게 바라보던 큰누나 앞에서

환하던 동생의 웃음속에 이팝꽃 소복하게 피어 있었다

 

고봉밥사발 같이 배가 나온다고

하얗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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