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남편에게 받은 가을선물

비단모래 2006. 9. 17. 00:06

 

시골에 다녀온 남편이 커메라를 내밀었다.

다녀오다가 하도 이뻐서 ,,내가 생각나서 찍어왔단다.

이렇게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데 당신이 좋아하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졌는데

일하느라 밖에 나가지 못하는게 안타까워 카메라에 담아왔단다.

 

그러며 여기는 구봉산아래 집에가는 어귀 돌아가는 곳이고

여기는 어디쯤이고 ..한참을 설명을 해준다

메밀꽃...내가 코스모스처럼 좋아하는 꽃이다.

이런 꽃밭을 지날때마다 탄성을 지르는 내가 생각나 혼자 다니면

참 심심하단다.

 

벌써 2년

주말에 혼자 시골을 가는 남편

그의 따뜻한 마음이 카메라에 담겨져 있다.

 

시골집을 생각하며 한참을 바라다 보았다.  

 

 

진안에 있는 시골집 가는길에 구봉산이란 절묘한 산이 있다.

봉우리가 아홉개라 구봉산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갈때마다 구름 걸린 산은..꼭대기를 제대로 보인적 없는 구봉산은

철마다 아름답다.

가을이면 더..아름다운데..그 길에 이렇게 메밀꽃 하얗게

보름날밤 왕소금을 뿌려놓은 듯

절절하게 하얗다.

 

 

언젠가 이효석의 메밀꽃 마을 봉평에서 만난 메밀꽃처럼

왕소금 이라기보다

희디흰 정액을 뿌려놓은 것처럼

나는 이꽃을 보면

참 애닲프다

 

 

 

 

달맞이 꽃은 또 누구를 기다리는지...

이름 모를 풀꽃 속에 숨어...

 

 

여기는 금산 IC 입구란다

금산 인삼 엑스포가 열리는 금산의 관문에 이렇게 코스모스꽃이 반긴다고

너무 이뻐서 일부러 차를 세우고 찍어왔단다.

추석때까지 있어야 그때서나 시골에 갈수 있는 당신이 볼텐데..

그때는 질것같아 이렇게 찍어왔으니 사진으로나마 실컷 보란다.

아~쌉쌀한 향기

 

나 초등학교때 아버지께서 꽃방망이를 만들어 주신 꽃~ 코스모스

어린딸 폴짝 거리며 학교에서 돌아오면

코스모스 꽃이 꽂힌 다발을 한아름 안겨주시던 아버지.

그 싸~한 아버지 냄새가 나는 듯하다.

 

   

 

 

아버님 모시고 나가 장어를 사드렸다고 한다.

늙은 아버지를 혼자두고 돌아오는 마음

"어머니 사진을 한참 바라보니...내 이름 부르며 나오실것 같았어.."

남편의 목소리가 쓸쓸하다.

올해로 3년째...어머니 가신지 3년째

해마다 이렇게 꽃은 피어나는데

한번 가시더니..어디에서도 다시는 볼 수 없다..

시어머님도..친정엄마도

 

 

이 사진을 찍으며 나를 얼마나 많이 생각했을까?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그 마음을 알것같다.

 

"당신 갈때까지 코스모스꽃 지지않고 있음 좋겠다...무지 좋아할텐데..."

 

 

사진으로나마 이렇게 가을선물을 받으니

가슴이 울렁인다.

이렇게 가을이 가고

이렇게 시간이 가고

이렇게 마흔아홉이 가고 있다.

 

 

지중해-여보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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