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풍경...토요일 아침

비단모래 2006. 9. 16. 11:02

 모처럼 세식구가 아침 식탁에 같이했다.
일주일내내 우리와 거꾸로 사는 큰아들...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고단한
아들과 아버님 계신 시골집에 가는 남편과 토요일도 생방송으로 출근하는 나와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머니..저 어제 월급을 탔는데요...동생에게 보낼돈은 자동이체로 나갔구요..
어머니께 빌린 돈은 한꺼번에 갚지 못하겠네요.."
아들은 지난달에 내게 30만원을 빌렸었다.
"어떻게 갚을 건데?"
"석달 할부로 갚으면 안될까요..저축을 50만원이나 하니까 어머니께 다드리면
제가 좀 어려워요..핸드폰비도 10만원쯤 되고..자동차 기름값도 한달 10만원정도
 나가고요.또 동생이 카메라 하나 사서 보내달라네요"
"아니..녀석은 왜 형에게 그런걸 부탁해..달달이 형이 저한테 40만원씩이나
보내는데..한살 더먹은 형에게.."
"그래도..동생이 필요해서 그런건데..10월달에 사서 보내줄려구요...그리고 동생 
영어가 많이 늘었더라고요..전화하면 둘이 영어로 대화가 된다니까요..기특해요"
참 형답다..겨우 한살 더 먹었는데..
"그래..엄마가 10만원을 깎아줄게..할부로 갚아"
"에구...아들~ 아빠가 엄마에게 갚아줄까?"  옆에서 남편이 거든다.
"아니예요..이버지..제가 할게요..그래도 뿌듯해요..제가 제이름으로 저축하고
보험넣고..동생 좀 보내고..."
마음이 뭉클하다. 어려서부터 동생이 아파 늘 엄마는 동생에게 양보했고
커서도 동생돌보느라 자신이 하고 싶은 건 제대로 못하고...장남..그아이도 제
아빠처럼 고단한 장남의 길을 걷고 있다.
"어머니는 어떻게 아버지 그월급으로 이 집안을 꾸려가셨는지 몰라요
동생도 많아 아파 병원비도 많이 들어갔고..8남매 맏며느리로 시동생들 다 거두고..
대단하세요"
" 니엄마..자신에게는 쓸줄 모르고..돈 있으면 시동생 거두고 시부모님 거두고
남편거두고...니엄마의 검소함과 넓은 마음이 우리집안을 지켜왔지..
그렇지 않음 우리집 이렇게 단란하지 못할거야..그래서 늘 안쓰럽고 미안하지.."
그런저런 대화를 끝내고 남편은 아버님께 드릴 국을 가지고 시골엘 갔고
큰 아이는 학생들 보충수업이 있다고 나갔다.
"어머니 ...제가 1등 선생님으로 뽑혔어요....
오늘 즐거운 하루 되세요" 라고 경쾌한 목소리를 남겼다.
그 모습이 왜 그리 시큰 할까...어려서부터 풍족하게 해주지 못했고..
에구~ 이런저런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저렇게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아들이니 별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이제 결혼도 
시켜야하는데...자신 힘으로 준비해 보겠다고 애쓰는 아들에게 힘이 되는 
엄마였음 좋겠는데.
"저는 다른 바람 없어요..엄마 아빠 건강만 하시면 그게 제일 행복"이라는
아들에게 건강한 엄마로 있어주고 싶은데..
가을이 숨가쁘게 들이쳐오고...토요일..나는 또 출근을 준비한다.

 

 

지중해-여보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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