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친정아버지!

비단모래 2006. 8. 23. 22:26

                                                   작년 어머니 계실때 어머니 병실에서 찍은 아버지 사진

아버지!

참 무심한 큰딸 이다. 아버지 홀로 그 적막한 시간을 지내고 계신데도

바쁘다고 힘들다고 아버지를 늘 가슴 한켠에 밀어두고 지내다가 불쑥 생각나면

그저 늑골 뻐근하게 뭉친 한숨만 뱉어낸다.

그저 마음뿐이다

몸은 달려가지 못한다.

아버지께 가는 거리 지척인데 늘 마음만 앞장 세우고

몸은 따라가지 못했다.

 

오늘 좀 서둘러 퇴근을 했다.

아버지와 함께 저녁을 하기로 마음먹고 전화를 드렸더니 반갑게 받으셨다.

그 안개같은 목소리에 등줄기가 서늘해 졌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아버지랑 저녁 먹으려고 하는데..."

"그러지...집에 가있어..바로 갈게"

 

아버지의 아파트는 참으로 정갈 했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모시한복을 입으신 아버지는  딸과 사위를 보시고

하얗게 웃으셨다.

사위의 큰절을 받으시면서

또 하얗게 웃으셨다.

 

아버지를 모시고 식당에 갔다

소주 한병을 놓고

맑은 소주 한병을 놓고

아버지와 술잔을 부딪혔다

술잔 부딪는 소리가 왜 심장 한가운데를 출렁하게 하는지

왜 눈물이 고여오게 하는지

여든의 아버지는 왜 그리 애잔하게 하는지

소주가 목을 타고 흘러 내려서인지

자꾸만 목이 뜨거워 졌다.

 

"이제 두달후면 네엄마 첫 제사인데

그날은 육남매가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써서 읽어라

그동안 하고 싶은 말도 많을테고...울고 싶은 때도 많았을텐데...

네 엄마..니들 편지 받으면 좋아할거다..."

 

참 특별한 제사를 준비하고 계신다.

어찌 그 편지를 읽으라고

어찌 그 편지를 엄마 첫 제사상앞에서 읽으라고..

 

아마 아버지도 어머니께 하고 싶은 말씀을 편지로 준비하고 계시리라

각별히 아내를 사랑하셨던 아버지.

 

아버지를 그 너른 아파트에 홀로 남겨두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아직 후끈한 여름끝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가슴이 뜨겁다

 

울고 싶다

어머니 돌아가시며 몸을 기증하신 대학병원 곁을 지나며 입술을 물었다.

의학발전을 위해 몸을 주고 싶다고 소원하셔서..그래서 어머니를 병원에 드렸지만

이렇게 보고 싶을 때..울고 싶을 때...

기댈곳 없어 찾아갈 곳 없어

딸은 참 슬프다.

 

마흔아홉의 딸에게

참 소중한 친정아버지...

엄마잃은 딸에게 참 소중한 친정아버지...

 

 

 

 

 

아버지의 팔순

                     금사

 

아무도 울지 않았었습니다.

처음엔 아무도

 

어머니 가시며 손질해두신 하얀 모시적삼 입으신 아버지를 바라보며

지금 차디찬 대학병원 냉동고 어디쯤에서 몸을 헌신하고 계실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55년을 함께 산 남편의 팔순을 위해 암세포 퍼지는 그밤

풀먹여 꼿꼿하게 다린 모시적삼을  아버지께 받으셨다는 사주단자가 묻힌

자개장 맨 아래칸에 넣어두셨습니다

한 여름이 생신인 남편을 위해 남겨 놓은 아내의 마지막 마음

그 마음은 하얗게 식은 손길로 아버지 몸을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아내 잃고 무슨 팔순 잔치냐~'

 

어머니 계신 병원 담 아래를 한달에 한번씩 기웃이며

자식들 소식을 전한다는 아버지 그 말을 듣는 그날

하늘은 끝없는 폭우를 쏟아부었습니다

산이 무너지듯 자식들 가슴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그리움 절절한 아버지를 위해

팔순축하 노래를 부를 수 없었습니다

 

올 칠월엔 어머니께 어떤 소식 전하실래요?

 

전할 것 많지~여보 당신이 해준 모시적삼 입고 팔순을 지냈네

당신 막내딸 네식구가 1년을 영국으로 간다네..오이 강아지 하고 기른 막내딸~

그래서 당신 제사에 못 온다고 울었네

다 잘있네~육남매 잘있네~걱정하지 말게~이렇게 전하면 되지

 

그날밤도 폭우는 쏟아졌습니다

우리 육남매 눈물도 함께 섞여~

 

 

어머니 정한수-지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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