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당신을 남겨두고

비단모래 2006. 1. 3. 21:41


바쁘지 않은 아침은 참 낯설었다.

내게 주어진 백지같은 하루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편안한 하루인데 오히려 허둥댄다.

대천바다를 보러간다는 후배와 함께 바다를 갈까

아님 산엘갈까 궁리하다

마트에들러 떡국떡과 만두 아욱 시금치 귤 그리고 스폰빵

곱게 갈아놓은 쇠고기를 사서 싣고

시동을 걸었다.

혼자계신 시아버님께 가서 떡국을 끓여드리고 와야겠다고.

 

남편에게 전화하면 운전하는걸 걱정할까봐

 무장적 떠났는데

아직 군데군데 빙판길이 남아있어 운전하기에 무척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모처럼 한가한

정말이지 몇달만에 이렇게 24시간이 고스란히 내시간으로

주어진것이 감사했다.

2시간만에 집에 도착하니 그 큰집이 적막하다.

연락을 드리지 않고 왔으니 .

전화를 드렸더니 읍내로 목욕을 하러 가셨단다.

열쇠를 찾아 문을 따고 들어가 아버님 두고 드실 국을 끓이고

쇠고기 갈아 간것을 끓였다.

 

소식도 없이 어찌왔느냐고 반가워하시는 아버님께 절을 드리고

만두와 떡국떡을 넣어 끓인 점심을 차려드렸더니

맛있게 드신다.

 

그리고 나서야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쉬고 있지?"

"나 시골이야..아버님 떡국 끓여드리려고 왔어?"

"뭐...미끄럽지 않았어?"

"응..괜찮았어"

"참 겁도 없이....그 먼길을 혼자서...고맙네...조심해서 와"

 

국을 식혀 한번씩 드실만큼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고

다시 아버님께 절을 올리고 돌아왔다.

"조심해서 잘가..피곤헌디 이렇게 와서 어쩔까..."

 

지팡이를 짚고 대문에 서서 떠나는 차를 오래도록 바라보시는

아버님이 백밀러로 보인다.

가슴이 먹먹하다.

 

그 큰집에서 혼자...냉동실에서 얼어있는 얼음덩이 국을 녹여

드셔야 하는 늙은 아버지

등줄기를 시큰하게 만든다.

 

그리고 몸은 가지 못하고 마음만 보낸 혼자 계시는

친정아버지

생각에 기어이 눈물이 나고 말았다.

어찌하면 좋을까...홀로 계신 두 아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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