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사 錦沙
저 옷벗고 섰는 겨울나무를 보아라 북풍한설에 죽은 듯 서 있지만 저 먼 땅속 빨갛게 뿌리 내리고 땅속의 맑은 물 길어 올려 온 몸 구석구석 동맥을 타고 푸른 피로 도나니 생명의 피로 도나니
저 눈덮힌 산을 보아라 무거운 침묵으로 늘 그자리에서 변함없지만 산아래 흙속엔 지금 온갖 꽃들과 열매들과 모양모양의 이파리들 어루어 품고 있나니 알 품듯 품어 폭죽처럼 피우리니
저 잔잔한 노을을 보아라 첫해가 떠올라 세상의 어둠을 닦아내고 돌아간 자리 아직 남아있는 온기로 세상사람들을 품어안아 우러르게 하리니
삼백예순다섯날 공평하게 주어진 백지같은 날 칸칸이 채워넣을 날들이 꼭 오늘 첫날 마음 같기를 새해 인사를 나누며 잡던 따뜻한 손길 같기를. |
저를 알고 계신 모든 분께 세배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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