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익숙한 길에서 그리움을 느끼다

비단모래 2015. 7. 15. 15:09

 

참 익숙한 길이었다.

읍내동에서 용전동을 거쳐 홍도육교를 지나

중촌네거리에서 옛도청길을 지나

 예술가의 집을 거쳐 충남대학병원앞으로 지나 조금만 가면

부모님이 사시던 ㅇ 아파트가 나온다.

 

아버지께서 이땅에 계실 때 까지 얼마나 그 길을 달렸는지

아버지 돌아가시고 한동안 길을 가다보면 그 길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그길을 가기가 두려웠다.

간혹 그아파트를 지나며 올려다 본 112동은 울컥 슬픔이 차오르게 했다.

 

친구 남편이 아프다.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점심을 사주려 길을 나섰다.

물컹하게 올라오는 그리움 배인 길

친구는 아버지가 사시던 아파트 앞에 살고 있었다.

 

초록 짙은 길을 달리며 아버지의 환영을 찾는다.

이제는 하늘길에 계신 부모님

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진정하고 친구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파리한 친구남편이 부신 햇살아래 희게 서있었다.

친구남편이 아픈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릴까?

 

친구--인디언의 말 중에 친구란 나의 슬픔을 자기 등에 업고 가는자라는 말이 있듯

친구의 슬픔이 내게로 전해졌다.

초등학교친구니 참 오래도록 서로 속상정을 알고 지낸 친구이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으며 침묵했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줄 알아서다.

그냥 친구남편을 보고 웃었다.

 

친구남편도 웃었다.

 

점심을 먹고 카페로 가서 아메리카노 한잔씩을 마셨다.

얼음이 동동 떠

심장까지 시원하게 만든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카페에서

부모님이 사시던 아파트 112동이 보였다.

 

아..그리움은 참 아픈거구나

이 땅에서 만나지 못하는 아픔

아무리 불러도 대답없는 슬픔이 그리움이구나.

 

친구에게 그냥 이렇게 말했다.

지금 곁에 계시니

손잡고 웃으라고

훗날 그리워질 날 올거라고..

 

친구를 초록대문앞에 세워두고 돌아오는 길

눈부신 햇살이 부셔 또 눈물이 고였다.

벌써 우리나이가 자꾸 이별하며 사는 나이가 되었다는게 실감되었다.

 

익숙해서 그리운 길에서

죽음으로 헤어지는 그 날도 온다는 것을

열기 있는 바람이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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