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눈오는 밤

비단모래 2012. 1. 3. 22:55

 *** 대설주의보 ***

                   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의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1983년>

 

 

* 소개

최승호의 시에 특이한 견고성을 주는 것은, 겨울이라든가 벼포기라든가 하는

유기적 비유를 상징의 자료로 쓰는 다른 참여파 시인들에 비하여 그의 관찰의 언어가

완전히 상징성을 벗어나지는 아니하면서도 사실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그의 시에서 어떤 종류의 서정성을 감 하게 하는 것이면서 또 상투화된 서정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상황의 복합적인 양상에 그 나름으로의 표현을 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김우창

 

 

* 최승호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197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1982<오늘의 작가상>, 1985<김수영문학상>, 1990<이상문학상>, 2000<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대설주의보」, 「고슴도치의 마을」, 「진흙소를 타고」, 「세속도시의 즐거움」

, 「회저의 밤」, 「반딧불 보호구역」, 「눈사람」, 「여백」, 「그로테스크」, 「모래인간」 등이 있다.

그림책으로는 「누가 웃었니?, 「이상한 집」이 있고, 산문집으로 「황금털 사자」,

「달마의 침묵」, 「물렁물렁한 책」 등이 있다.

 

 

 

눈발이 거세다

눈을 좋아하지만 내일 아침 출근길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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