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다 / 이재무
삶에서 '간절'이 빠져나간 뒤
사내는 갑자기 늙기시작하였다
활어가 품은 알같이 우글거리던
그 많던 '간절'을 누가 다 먹어치웠나
'간절'이 빠져나간 뒤
몸 쉬 달아오르지 않는다
달아오르지 않으므로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으므로 지성을 다할 수 없다
여생을 나무토막처럼 살 수는 없는 일
사내는 '간절'을 찾아 나선다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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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나는 간절했다.
간절 ..
그러고 보니 그동안 간절이란 단어를 잊었었다.
내몸의 간절함
내마음의 간절함
간절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귓가에 아쟁소리가 울렸다.
아쟁을 켜던 연주자는 정말 간절히 아쟁의 활을 당겼다.
때로는 눈물로,때로는 미소로
때로는 그리움으로,때로는 슬픔으로
아쟁의 활은
아쟁 몸통을 건너가며
애를 끊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엄마를 찾는 아가의 소리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슬퍼하는 소리이기도 하고
그리워 가슴을 뜯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러며 아쟁연주자는 울었다.
막걸리를 들이키며 울었고 나와 함께 앉아 나란히 앞산을 바라보며 울었고
달무리를 바라보며 울었고 쏟아지는 별빛에도 울었다.
그 아쟁연주자는 간절히 간절하게 아쟁을 연주했다.
사랑하는 여인의 성감대를 핥듯
어디를 누르면 소리가 나는지..어떤소리가 나는지
그는 훤히 알고 있었다.
아쟁의 울림은 그의 심장을 통과하고
하늘에 닿았다.
간절하게 연주했기 때문이다.
그의 아쟁연주를 다시 듣고 싶다.
일년에 한 두 번...들을 수 있는 기막힌 그 소리를..
이재무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수료.
1983년 『삶의 문학』과 그 후 『실천문학』『문학과 사회』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저서:섣달그믐.온다던 사람은 오지않고 .벌초.몸에 피는꽃.시간의그물,위대한식사.푸른고집
저녁6시 등의 시집이 있다.
이재무시인은 유쾌하다.
말도 달변이라 좌중을 사로잡는다.
동갑이지만 우람한 나무다.
이재무 시인도 이제 삶의 간절함을 느끼나보다.
나도..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