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대전역에 가 본 사람은 알리라

비단모래 2008. 6. 27. 10:58

 

대전역에 가 본 사람은 알리라

                       비단모래

 

대전역에 가 본 사람은 알리라

촛불을 들어 본 사람은 알리라

 

그 작은 촛불의 온기가 얼마나 사람들의 가슴을 뎁히는지

그 작은 촛불의 밝음이 얼마나 거리의 네온사인 속에서 빛나는지

하나의 거대한 불꽃이 되어

차디찬 아스팔트 콘크리트 바닥까지 뜨겁게

 

유모차를 탄 아기의 두려운 눈 빛

마지막 생을 마감해야 하는 어르신의 비장한 눈빛

너만은 지키겠다고

너만은 지켜내겠다고

 

순하게

약한 촛불을 들었다

 

그 옛날 유관순이 들었던 태극기 처럼

잔다르크가 들었던 불꽃처럼

약하지만

휘날리는

춤추는 촛불을 들었다

 

가장 평화로운 밤을 위해

가장 사랑하는 마음으로 꿈을 꿀 그 밤을 위해

 

대전역에 가 본 사람은 알리라

촛농 녹아내릴 때 사람의 가슴이 얼마나 녹아내리는지

얼마나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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