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분리수거 하는 날

비단모래 2007. 7. 19. 22:45

 

 우리 아파트는 금요일이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날이라

목요일 저녁이면 집집마다 쓰레기들을 가지고 나와 분리해 놓고 들어간다.

박스.프라스틱.스티로폼.검정비닐.깡통.흰 비닐.과자나 라면봉지.빈병등을

따로따로 분리한다.

나머지는 경비실에서 일하시는 아저씨가 차곡차곡 깨끗하게 정리해 놓으신다.

 

남편이 쓰레기를 들고 나가서 따라나갔다.

 

우리집,일주일동안 쓰레기가 참 많이 모아진다.

큰 아이가 좋아하는 콜라병 라면봉지를 비롯해 쓸데없는 우편물

도 많고 ....늘 한아름이다.

 

그런데...

우리집도 그렇지만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날이면

집집마다 남편들이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고 들어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좋아보이는지.

 

쓰레기를 분리하고 들어오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정말 요즘 남편들..너무 멋있지 않아? 어쩌면 저렇게 쓰레기들을 잘 버려주지?

마른 쓰레기는 그렇다치고 음식물 쓰레기통도 들고 나와 버리는 걸 보면

세상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

 

"뭐 그게 여자 남자 따질 일 있나..서로 보이는 대로 하면되지

내집일인데..그리고 분리수거는 무겁잖아...남자들이 하는게 당연하지"

 

" 어릴적에 보면 우리집 연탄땔 때

어머니는 한번도 연탄재를 버리지 않으셨어

항상 아버지께서 연탄재를 버려주셨어. 쓰레기도 항상 아버지께서 버리셨고..

선비이신 아버지가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가 있으셨을까?

그래서 나는 그런 건 남자가 하는건줄 알고 컸거든...

다행이야..당신이 아버지 닮아서..."

 

"알았어...나도 당신 손에 되도록이면 쓰레기 들리지 않을게"

 

"아니 뭐..꼭 그러라는 건 아니고..서로 도우며 사는거지 뭐.."

 

엘리베이터를 내리는데 앞집 아기아빠가 쓰레기를 한아름 안고 나온다.

그러며 우릴 보고 웃는다.

 

그 모습이 멋있다.

 

나중에 내 아들도 그랬으면..그렇게 해주었으면...그렇게 멋진 남편이 되었으면..

 

#/분리수거 하는 날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도 ..내자신도 분리수거를 해서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으면 하는...

여기저기 붙어있는 살들도 분리해서 버리고

마음속에 들어 엉켜있는 오만가지 생각도...풀어내고 떼어내서

 넓은 여백을 만들면 좋은데...그건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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