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황사가 뒤덮은 사월 첫날

비단모래 2007. 4. 1. 16:37

                                            사진출처-다음 카페-바랑만리 에서

3월 마지막 주 즐겁지 못했지?그렇게오래동안 회복하지 못한 적 없었던것 같은데...

4월의 첫날 출근하는 당신 뒷모습이 마음을 찡하게 하네.

기침하느라 새벽잠을 설치고...반갑지도 않은 뿌연 황사속에...아무렇지 않은듯

환한 얼굴로 나가는 당신 앞 마당에 곱게 핀 목련 같애 .

비록 오늘 힘들지 몰라도 우리의 4월은 노란개나리 만큼 맑고 벚꽃처럼 화사할꺼야.

당신이 좋아하는 봄 마음껏 느끼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쁜마누라 ~4월 우리 건강하고 즐겁게 맞이하고 그렇게 보냈으면 하네.. 

 

                                               -4월 첫날 당신 사랑하는 남편이.



 

새벽에 기침이 심해서 일요일 아침 일찍 병원에 다녀왔다.

황사가 온 세상을 포위한 날

황사재난 경보가 내렸다.

 

강력한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싹 빨아내고 싶다.

클렌징 크림으로 하늘을 싹 닦아내고 싶다.

아니면 하늘 전체에 유치창을 달아두고 싶다.

 

사람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

자동차도 봄 꽃들도 황사먼지를 뒤집어 쓰고 사월 첫날을 보내고 있다.

정말 오늘은 출근하기 참 싫었다.

기침하느라 새벽잠을 설쳐서 인지 몸도 무겁고 기분도 영 아니다.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남편이 먼저 사월의 메일편지를 보냈다.

 

방송국 창박으로 보이는 세상

간 유리를 끼워 놓은 듯 뿌연하다.

깨끗한 걸레로 닥아내고 싶다.

 

며칠 전 남편이 종합검진 예약표를 내밀었다.

올 한해도 건강하게 보내자고 종합검진을 하자고 했다.

늘 골골하는 아내에게 봄 선물을 주었다.

그런데 불안하다.

물론 아무일 없을 것이다.

 

내 몸의 구석구석을 돌아 볼 불빛하나

어디 고장 난 곳은 없는지

나쁜 것들이 침투해서 자리잡고 있는 곳은 없는지

남편 마음으로 비출 것 이다.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해 주고 싶은 남편마음

그 마음을 읽는다.

 

내가 무서워 한다고 수면 내시경 신청을 했다고 한다.

내가 잠든 사이

내 몸속을 돌아다니며

건강을 체크해 줄 불빛

 

내 마음속까지 환하게 밝히길 바란다.

 

4월 첫날

지독한 황사속에서 보낸다.

 

황사속에서도 희게 피어난 목련꽃 바라보며 남편의 메일을 읽는다.

그 메일편지를 읽으며 내 마음속의 뿌연 생각을 닦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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