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부(丈夫)들이 사는 세상을 꿈꾸며
26년 전, 첫아이를 낳았을 때 선비이신 아버지께서 붓글씨로
써 보내주신 글, 장부십조(丈夫十條)가 있다.
거친 말 한마디 안하시고 정성으로 기른 딸이 낳은 첫 외손자에게
할아버지가 교훈처럼 이르고 싶으신 말씀이셨다.
물론 아이를 기르며 이대로 교훈하지 못하고, 나도 가끔은 급한
마음으로 정석대로 가르치지 못한 적도 많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외할아버지의 마음을 아이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이글을 읽히면서 길렀다.
그리고 이글을 읽을 때마다 이런 장부가 이 세상에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글이 비록 장부십조지만 남자들만 이렇게 살라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 맑은 마음으로 이 세상을 만들어 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세상은 썩었다 탓하지 말고, 진흙 속에 발 담그고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연꽃처럼, 세상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스스로 해내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말은 쉽다. 행동이 어렵지.
신문만 펼치면, 뉴스만 들으면, 온 세상이 도박천국인 것 같은 오늘,
너무도 충격적인 사행성도박 이야기로 세상이 시끄러울 때도
그래도 구순의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금강산을 다녀온
아들이 있기에
이 시대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온 세상이 모두 썩었다고 할 때도 남을 위해 남모르게 봉사하는
손길들이 맑은 물을 길어 올려, 이나마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참 답답하고 어둡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도 이렇게 간간히
가을별빛 같은 이야기들이 빛나고 있는 한.
혹시 장부십조를 읽고 마음속에 다짐하나를 걸어둘 수 있기를
바라며
장부십조를 소개한다.
丈夫十條(장부십조)
1.靑天百日 廓然昭明 丈夫心境(청천백일 확연소명 장부심경)
푸른 하늘의 밝은 태양 같이 환하게 밝은 장부의 마음
2.崒乎橋嶽 雄大聳出 丈夫氣象(줄호교악 웅대용출 장부기상)
높고 높은 산봉우리 속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 같은 장부의 기상
3.光風霽月 淨無塵埃 丈夫胸襟(광풍제월 정무진애 장부흉금)
시원한 바람 같고 환한 달 같은 장부의 가슴
4.蒼海幽深 含蓄群物 丈夫局量(창해유심 함축군물 장부국량)
바다 깊은 곳에 만물을 품어 안듯 가없고 넓은 장부의 국량
5.花斕春城 萬花方暢 丈夫容色(화란춘성 만화방창 장부용색)
봄 산에 찬란하게 피어나는 꽃처럼 환한 장부의 얼굴
6.雪積窮巷 孤松特立 丈夫志操(설적궁항 고송특립 장부지조)
차가운 눈 속에 외롭지만 푸르게 서있는 소나무 같은 장부의 지조
7.鳳飛千仞 飢不啄粟 丈夫廉隅(봉비천인 기불탁속 장부염우)
봉황새가 천 길을 가도 곡식을 쪼아 먹지 않듯이
아무리 배고파도 남의 것을 쪼지 않는 장부의 염우.염치
8.駱渡砂漠 豫備水囊 丈夫知慧(낙도사막 예비수낭 장부지혜)
낙타가 사막을 갈 때 예비 물주머니를 달고 가듯 미리미리 준비하는
장부의 지혜
9.龍泉利劍 快截兩段 丈夫決斷(용천이검 쾌절양단 장부결단)
이랬다저랬다 망설이지 않고 옳으면 이로운 칼로 쳐서 두 조각을
내는 장부의 결단
10.虎嘯一聲 百獸失走 丈夫威嚴(호소일성 백수실주 장부위엄)
호랑이의 함성이 백수의 왕이듯
모든 백성을 다스릴 줄 아는 장부의 위엄
가을이다.
올 여름 지독한 폭우피해와 무더위를 이겨내고 맞은 가을,
그래서 더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이 고맙고 아름답다.
지중해 노래-여보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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