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가죽자반

비단모래 2019. 6. 15. 20:17

 

 

 

 

추억은 혀끝에 남아 그리움까지

감아 올리는 걸까

대체로 음식에 대해 타박이 없는 남편덕분에 음식솜씨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40년을 살았다

뭐든 해놓으면 아이들에게

^엄마음식 참 맛있지?^

하며

아이들의 입에 혀에 내 음식맛을

저장 시켰다ㆍ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내 아이들 혀에 감겼을 내 음식맛은 특별하게 없는것 같다ㆍ

 

일하는 엄마로 오래살아 그다지 살뜰하게 음식을 챙기지 않았으니 말이다ㆍ

아무리 아내음식이 맛있다고 해도

나는 남편이 평생 잊지 못하고 잊는

그래서 늘 혀가 허기지는 어머니 음식이 있다는 걸 안다ㆍ

 

8남매 맏이로 태어나 그것도

어릴때 엄청 이뻤다는 남편은

어머니 보다는 맏손자를

기가막히게 생각하시는 할머니 차지였다고 한다ㆍ

그리고 그시절은 제자식은 이뻐도 부모앞에서 이쁜 표현을 못할때라 어머니는 늘 마음만 앓으셨으리라ㆍ

 

이쁜 아들은 시어머니 품에서 떨어지지 않았으니 안아주고 싶어도 엎어주고 싶어도 짝사랑만 하셨으리라ㆍ

그래서 그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서

입에 폭폭 넣는 모습에 만족하셨으리라 ㆍ

 

남편은

둥근소반에 밀대로 밀어 팥소를 넣고

종지로 콕 찌어낸 바람떡을 좋아했다ㆍ

명절이나 시골집에 다니러 가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바람떡을 하고계계셨다ㆍ

 

둥근 두레밥상에 동그랗고 나란하게 놓인 바람떡은 남편입으로 쏙쏙 들어갔고

어머닌 웃음반 행복반 어깨가 들썩이셨다ㆍ

 

그리고 가죽잎을 말려서 김자반 처럼 볶는것이다ㆍ

바람떡은 만들어 주지 못해도 가죽자반은 만들어 준다ㆍ

가죽잎이 연할때 삶아 말렸다가

바싹 마르면 잎만 훑어 들기름과 소금만 넣어서 볶으면 된다ㆍ

 

이걸 남편은 참 좋아한다ㆍ

오늘 가죽자반을 만들었다ㆍ

남편은 따끈한 쌀밥에 가죽자반을 넣고 쓱쓱 비비더니 ^음 이맛이야~^

하며 혀속에 가라앉았던 맛을 기억해냈다ㆍ

 

그러며 어머니를 그리워했으리라ㆍ

소소하게 감긴 맛을 풀어내며

기억 저 편 그리운 어머니를

어머니의 맛을 되감았으리라ㆍ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0) 2019.06.25
내 진구  (0) 2019.06.24
다슬기  (0) 2019.06.15
시골집풍경  (0) 2019.06.12
매실  (0) 2019.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