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다슬기

비단모래 2019. 6. 15. 15:19

 

 

다슬기를 한소쿠리 잡았습니다

점심먹고 한시간쯤 잡았는데

개울바닥에 지천이었습니다

허리가 아파 더 잡지 못했습니다ㆍ

 

다슬기가 있다는건 물이 깨끗하다는

뜻입니다

손 만 넣으면 한 웅큼씩 잡히는 다슬기를

놓고 나오자니 아까웠지만

올 때마다

조금씩 잡아 다슬기장도 만들고

아욱된장국도 끓이고

다슬기수제비도 해먹고

채소넣고 회무침 처럼 무쳐먹으려

남겨놓았습니다ㆍ

 

 

어머니는 다슬기를 대수리라 하셨습니다ㆍ

철없는 도시 며느리가 오면

다슬기를 잡아다 한 냄비 삶아주십니다ㆍ

마루에 앉아 손가락을 쪽쪽 빨아가며

이쑤시개로 바닥이 날 때까지 며느리는

다슬기를 까먹었습니다ㆍ

 

다슬기 국물에 햇감자와 애호박을 찧어넣고 호박잎국을 끓여주시면

또 그렇게 맛있었습니다ㆍ

맛있다고 맛있다고 하면

^너는 시에미를 부릴 줄 안다^

시며 늘 너그럽게 웃으셨습니다ㆍ

 

얼마나 철없어 보이셨을까요

 

그 어머니 계시지 않는 집을 지키며

다듬고 추억을 저장해놓고

발효시키고 있습니다ㆍ

가끔 눈물이 간을 맞춥니다ㆍ

 

그리움은 지나가고 나서야 진해지는

마음의 그림입니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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