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를 한소쿠리 잡았습니다
점심먹고 한시간쯤 잡았는데
개울바닥에 지천이었습니다
허리가 아파 더 잡지 못했습니다ㆍ
다슬기가 있다는건 물이 깨끗하다는
뜻입니다
손 만 넣으면 한 웅큼씩 잡히는 다슬기를
놓고 나오자니 아까웠지만
올 때마다
조금씩 잡아 다슬기장도 만들고
아욱된장국도 끓이고
다슬기수제비도 해먹고
채소넣고 회무침 처럼 무쳐먹으려
남겨놓았습니다ㆍ
어머니는 다슬기를 대수리라 하셨습니다ㆍ
철없는 도시 며느리가 오면
다슬기를 잡아다 한 냄비 삶아주십니다ㆍ
마루에 앉아 손가락을 쪽쪽 빨아가며
이쑤시개로 바닥이 날 때까지 며느리는
다슬기를 까먹었습니다ㆍ
다슬기 국물에 햇감자와 애호박을 찧어넣고 호박잎국을 끓여주시면
또 그렇게 맛있었습니다ㆍ
맛있다고 맛있다고 하면
^너는 시에미를 부릴 줄 안다^
시며 늘 너그럽게 웃으셨습니다ㆍ
얼마나 철없어 보이셨을까요
그 어머니 계시지 않는 집을 지키며
다듬고 추억을 저장해놓고
발효시키고 있습니다ㆍ
가끔 눈물이 간을 맞춥니다ㆍ
그리움은 지나가고 나서야 진해지는
마음의 그림입니다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