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시 32점을 모아
비단모래 이현옥 시화전
60th 꽃
열리고 있습니다
입춘이 지났어도 얼어붙은 대지는 아직 잠자고 있고 겨울왕국은 녹지않고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밀쳐내려 하고 받지 않으려해도 내게 안겨온 무술년 황금개띠해
무술생 58년개띠는 마음 설레고 있습니다.
몇 년전 부터 남편과 시골집을 있는 그대로 조금씩 수리하고 있습니다
시어머님이 누에를 치시던 잠실방은 구들을 놓아 황토방으로 만들었고
봄 여름 가을 주변에 흐드러진 꽃들을 찌고 말려 꽃차를 만들어 꽃향기로 채우고 있습니다.
황토방이름은 부귀영화입니다.
오래된 우물에는 옥돌장판을 뜯으며 나온 동그란 옥돌을 꽃처럼 붙여놓고 꽃우물이라 이름지어 놓았고
91세되신 시아버님이 허리가 무너지도록 평생 써온신 지게..삽 호미 낫 괭이 톱은 옛날옛적에 라는 공간을 만들어
전시해놓고
8남매의 아버지로 오직 농부로 사시면서 무거운 지게를 지고 논밭을 다니셨던 아버지의 고단했던 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책을 좋아해 다독다독이란 서재를 만들어 놓고
서재에서는 녹차를 우리고
어머님이 쓰시던 숯다리미 숯인두 풍구 다듬이독 맷돌 소쿠리는 모아
소담소담방을 만들어 웃음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으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남편이 혼자 만들어 낸 공간이라 허술하지만 우리 8남매에게는 어머님 아버님의 일상을 잊지않고
기억한다는게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예전 벼를 담아두던 황토바른 뒤주벽에는 어머님 아버님 사진과 아버님 환갑잔치 사진을 걸었고
이제는 자꾸 색이바라는 40년 가까운 우리결혼사진을 걸어놓아 세월 흐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때 참 날씬해 8남매 맏며느로 마뜩찮아 하시던 시부모님이셨는데 지금은 어느새 환갑의 나이가 되어
정말 튼실한 8남매 맏며느리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이렇게 집안을 고쳐나가자 동네분들의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무심하시던 분들이 지나다 집에 들어오셔서 구경하시고 나도 이런거 있었는데 다 버렸네
하시며 아쉬운 추억을 꺼내곤 하셨습니다.
4년전 부터는 집 담에 시화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동네분들이 시가 뭔지 모르고 한 평생 호미가 시가 되어 살아오셨는데
시화를 걸자 그 시화 앞에서 호미들고 시를 읽으셨습니다.
일년에 한번씩 시화를 바꾸며 걸고 있는데
처음엔 유명시인들의 짧고 감동적인 시를 걸었고
두번째는 동네 집집의 사진을 넣어 시화를 만들어 걸었고
작년에 진안문학회 회원들의 시화를 만들어 걸었습니다.
명절에 고향집을 찾아오는 2세들과 3세들은 동네가 바뀌는 모습에 즐거워했고 스스럼없이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제나이 환갑
요즘은 잔치를 하는 시대도 아니고 여행가기도 이른나이
무엇으로 내나이를 행복하게 맞을까 생각하다가 제가 쓴 졸시중 꽃시만 32점을 모아 시화를 만들어 걸었습니다.
결혼해 38년...어린나이로 진안 부귀 수항리 시댁을 처음 찾아올 때의 그 두려움
8남매 맏이의 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 험난한 일들이 앞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시작된 내길이
환갑이 되어서야 꽃길이었음을 느낍니다.
시화를 걸어놓고 보니
그동안 살아온 자갈길이 보상해준 길임을 느낍니다.
꽃이 되고 싶었나 봅니다
나이가 들어도 꽃같기를 바랐나 봅니다
58년 개띠해를 맞아'
나의 해라고 준비하고 싶었던 시화전이
열렸습니다
ㄲ
남편이 정성스럽게 걸어주었습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지만
나만 보거나 동네분들이 간간 쉼표처럼 서서
바라보겠지만
나의 꽃이 흔들리며 피어나고 있습니다
서른 두 점의 꽃 시를 모았습니다
시골 그거리에 꽃이 나부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