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사시던 아파트 베란다에서 아버지 생전에 눈맞춤 하시던 꽃
제라늄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 꽃을 가져와 내가 바라보며 지낸다
어딘가 아버지 눈길 남아있을까..꽃잎을 훑어내리며
그리운 마음을 아버지께 보낸다
아버지는 꽃처럼 모든 걸 주고 가셨다.
사랑도 흠뻑 주시고
자신의 몸까지 세상에 주고 가셨다.
아마 아버지의 몸은 밤하늘 조각별처럼
나뉘고 나뉘어서...의학연구에 도움이 된다지만
생각만하면 슬픔이 차오른다.
아버지는 슬플 때 생각하면 더 슬퍼지고
기쁠 때 생각해도 슬퍼지는 이름이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는 아버지께 내마음 이야기도 많이 해드렸는데
지금은 아버지 하고 불러도 이미 말이 막히고 만다.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은데...
아마 지금의 심정을 아버지께 말씀드리면
잘 참아내라고
잘 견디라고 하실텐데
딸의 아픔을 덜어주시려고 많이 애쓰셨을텐데
힘이 들 때 말 할 곳이 없다는 게
정말 마음 무거운 일이다.
나에게 아버지는 아버지였고 상담자였고
친구였고 위로였다.
그런 아버지를 잃고 2년이 지나는 지금
나는 정말 아버지 앞에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대학교 의과대학에 자신의 몸을 현신하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위대하다 생각되다가도 그냥 숨이 턱 막히고
말이 턱 막힐 뿐이다.
아버지의 몸을 연구하고 그 연구가 끝나면
11월쯤 우리에게 오실 예정인가보다.
아버지 몸에서 어떤 눈부신 결과가 나올지 나는 모른다.
어떤 연구가 세상에 나와 인술로 변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꽃은 다시 피는데
아버지는 다시 안오신다는게 아프고 슬프다.
아버지는 내게 첫사랑이고 첫 그리움이기 때문이다.
첫사랑 아버지/ 비단모래
예닐 곱 살 때
산골 외딴 집 친구가 없는 딸과
바가지 깨진것 오려놓고
망초꽃 따서 상차려 놓고
여보 진지 드셔요 하면
맛있게 드셨던 아버지]
누구하고 결혼 할거냐고 물으면
언제나 아버지였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아버지를 저만큼 세워두고
딸은 다른 사랑을 하게 되었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 그에게 날아가 아버지를
잊고 살았습니다
딸이 자던 빈방을 서성이며
헛기침을 몇 날 하셨다고 해도
얘는 왜 전화두 없어
하는 아버지의 섭섭함을 전해 들었어도
아버지를 사랑한다던 맹세를 잊고
아버지 가슴을 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아버지는 일곱살 딸 추억속에는
영원한 첫사랑이십니다.
아버지가 엎어주던 등
아버지와 손 잡고 가던 장날의 신작로 길
작은 발에 운동화 신겨놓고 웃던 아버지
하나도 잊을 수 없는 첫사랑입니다
4월21일 아버지 2주기...오늘 날씨처럼 내마음이 흐려
화단에 떨어진 꽃을 주워와 물에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