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사위만 준다는 첫 부추를 잘랐습니다.
추운 겨울을 이기고 이렇게 강인하게 촉을 내민 여린 부추
우주를 들어올렸습니다.
어머니가 재산 처럼 남기고 가신 강한 뿌리입니다.
벌써 어머니 가시고도 10년인데
부추는 해마다 다시 돌아오고
아버님은 늙어가고 있습니다.
수항리연가-부추꽃
비단모래
떨리는 것은 손만이 아닙니다
그대 없는 빈자리
그대가 남기고 간 질긴 뿌리
부추는 해마다 해마다 새싹을 내밀어
그리움 절절해 몸까지 떨립니다
숨 쉴수 없는 저 연한 초록
눈물방울 매달고 하얗게 웃는데
벌써
몇년인가
목소리 조차 한번 들을 수 없는 세월
그대가 없어도 피고지는
무심한 꽃들
이제
떨리는건 몸만이 아닙니다
뼈속까지 비어서
바람 막을 수 없이 통째로
사시나무처럼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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