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생일이면 절하는 큰아들

비단모래 2016. 3. 11. 12:41

 

81년 3월 11일

세번의 자연유산 끝에 큰아들을 낳았습니다.

자꾸만 유산을 하는 나에게 어쩌면 아가 낳기 어려울 수 있으니

몸조심 하라고 의사는 신신당부했고

큰 아들을 가진 후 버스조차도 타지 않고  열 달을 살았습니다.

머리감기고 발닦는 것도 남편이 도왔습니다.

 

세번의 태몽을 꾸었습니다.

첫 태몽은 남편이 백합과 함박꽃을 안겨주는 꿈이었습니다.

두번째 꿈은 연못의 두마리 물고기가 먹이를 주자 점점 커져서 연못을 꽉 채우는 꿈이었습니다.

세번째 꿈은 연탄난로에 연탄이 활활타는 꿈을 꾸었고

낳기 전날밤 잠시 꾼 꿈은 파란 고추를 한 바구니 따는 꿈이었습니다.

 

눈이 커다란 아기였습니다.

맏아들의 맏손자는 시어른들을 기쁘게 만들어 드렸고

양가 첫아이인 큰 아들은 양가의 사랑을 넘치게 받았습니다.

 

정말 긍정적으로 잘 컸습니다.

특히 아이아빠의 아들 사랑은 기가 막혔습니다.

아들을 기르면서도 소리한번 지르지 않고..무슨 놈이란 소리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부자자효를 실천했습니다.

부족한 것 많은 사춘기도 잘 지냈고

군대도 잘 다녀왔고

결혼도 잘 했습니다.

 

이제 그아들이 남매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큰 아들은 생일날 아침이면 건너와 우리에게 큰 절을 합니다.

 

오늘 아침도 손자를 데리고 와 둘이 큰 절을 했습니다.

신은 참 공평한가 봅니다.

맘 아프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이런걸로 채우시나 봅니다.

그리고 생일 기념으로 우리부부 건강검진권을 마련해

종합검진을 받게 했습니다.

 

이런것은 아들의 덕이라기 보다 며느리의 마음씀이 더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나도 누군가의 며느리였지만

시댁에 하는 일은 며느리의 의견이 많이 반영이 되는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들은 대체로 긍적적입니다.

엄마 아버지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알았어요,,건너갈게요

늘 해결해 주는 해결사입니다.

 

그런 아들이 있다는 것

참 든든한 일입니다.

 

 

내 손자도 제 아빠한테 긍정적으로 대해주기를 기원합니다.

남편이 아버님께 아니오란 말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듯이

큰아들도 우리에게 아니오란 말을 하지 않습니다.

내 손자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그게 부모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넉넉하게 해주지 못했어도

스스로 넉넉한 아들

그리고 지혜로운 며느리

손녀 손자

그렇게 마음 넉넉하게 샐아가기를 기원하는 아들 생일날 입니다.

 

아...고맙고 고마운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