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볕 슬몃한 지난 주말
시골집 뒤란에서 머위를 캤습니다.
캤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아직은 누런 검불속에 작은 잎만 내민 머위를
칼끝을 집어넣어 이렇게 보랏빛 나는 뿌리즈음까지
캐냈습니다.
쌉싸름한 그 맛이 혀에 감겨왔습니다.
소금 넣고 물을 팔팔 끓여 살짝 데쳐냈습니다.
어머님께서 무쳐주시던 그대로
된장 조금 넣고 마늘 으깨넣고 들기름 휘 둘러
조물조물 무쳤습니다.
거칠고 투박한 어머님 손으로 무쳐주신 머위나물
처음에 쓰다고 안먹었습니다.
먹어봐..몸에 존 거여..
입에 쓴게 몸에 존거여..하시던 어머님
먹지않는 며느리가 야속하셨을 겁니다.
세상풍상 겪어서 인지
이제 쌉싸름한 맛도 잘 먹습니다.
민들레 무침.고들빼기 김치,씀바귀,멜라민
그리고 머위는 정말 초봄 입맛을 돋우는
맛있는 나물입니다.
남편도 어머님 맛이 그리웠는지
머위나물을 한접시 먹었습니다.
아내가 무쳐준 나물에서 어머님 손맛까지 만나기를 바라봅니다.
이렇게 봄은 돌아오는데
쌉싸름한 맛이 혀에 감기는데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리운 얼굴들이 자꾸 늘어납니다.
나이 때문 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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