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일주일 앞둔 토요일 형제들이 소영원에 모였습니다.
소영원은 조상님들을 모셔놓은 우리가족의 선영입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계시는 소영원은 영원히 휘파람 불고 노래하는 곳이라는 뜻으로
아버지께서 만드신 선영입니다.
소영원에서 미리 성묘를 한후에
우리형제들에게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입니다.
그리고 아릿한 슬픔이 있는 계절입니다.
어머니께서 단풍지던 가을에 우리와 작별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올해 추석은 더 허전하고 마음 아픈 추석이 될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올봄에 돌아가셔서 이제 우리형제들만 오롯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추석 일주일 전 형제들이 어머니 계신 소영원에서 만나 미리 성묘를 드렸습니다.
어머님 지금도 그리 환하게 웃고 계실지...아버지와 잘 만나셔서
회포를 잘 풀고 계신지...그리면서
형제들이 모여 그냥 지나가기 아쉬워 가족 시낭송대회를 준비했습니다.
처음에 6남매 밴드에 공고를 내면서도 출연신청이 있을까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항상 어머니 제사날이면 아버지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서 읽으시는 모습을 보았고
또 제사에 글을 읽거나 편지를 읽으라던 말씀이 생각나 시낭송대회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들딸이 가거나 손주들이 가면 꼭 만원짜리 두장씩을 주시던 아버지
병상에 계시면서 힘이 없으실때도 누군가 온다고 하면 미리 돈을 꺼내 침대 머리맡에 놓아두시던 아버지
그 아버지께서 형제들을 위해 남겨두신 얼마의 마음으로 손자 손녀..증손들에게 할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행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돈을 주면 의미없을 것 같아 할아버지가 주시는 것이라고 상금을 준비했습니다.
시낭송 이름은 아버지께서 가훈으로 남겨주신 화이불류 시낭송 대회라고 했습니다.
섞이되 흐르지 말라..
정말 어려운 말이지만 지켜보려고 노력은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 제 1회 화이불류 시낭송대회는 아버지께서 지어놓으신 가회정(기쁜 마음으로 모이는 곳)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렇게 상품 봉투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일었났습니다.
아버지 할아버지의 손 답게 시들을 외워왔습니다.
1.공군을 제대하고 대학교를 복학한 외손자 현중-동행-이동수
2.축구를 좋아하는 고등학교 1학년 외손자 준기-마지막 이란 말보다 더 슬픈 말을 나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원태연
3.중학교 1학년인 외손녀 지원-사랑하는 까닭-한용운
4.사회자 둘째 여동생-(특별 시낭송) 새우젓사러 광천시장에 가서-정희성
5.3살 증손녀 채린-엄마야 누나야-김소월(두어줄 했으나 박수를 많이 받음)
6.작은오라버니-화이불류를 머릿글로 해서 한시-아야 언
7.7살 이채원.엄마 김난희의 합송시-서로가-김종삼
8.영어 선생님인 손녀 수현-영어로
9.법학을 전공한 손녀 강은-마음이란 시로
10. 준기 지원의 엄마 우리 막내여동생 윤경-그꽃-고은
11.나와 남편의 특별시 향수-정지용
이렇게 마무리 하였습니다.
아직은 모두다 아프지만 시낭송대회로 인해 서로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인 조카는 시를 고르면서 행복했고 시를 외우면서 특별한 경험과 행복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좋은 유산을 남겨주셔서 감사해다는 말까지 근사하게 했습니다.
중학생 조카도 시를 고르면서 할아버지를 더 기억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대학생 조카는 배경음악까지 준비하면서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시를 고르려고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7살 이채원과 엄마가 두손을 맞잡고 눈을 바라보며 김종삼님의 시 서로가를 낭송해 대상을 받았습니다.
딸과 엄마가 두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면서 시를 낭송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7살 채원이는 새벽한시까지 시낭송 연습을 하고 외웠다고 합니다.
대상을 받고 참 좋아했습니다.
아...뿌듯했습니다. 저 어린 채원이의 오늘 추억은 채원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든든한 디딤돌이 될것입니다.
마음속에 아름다운 감성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오늘기억이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2등상은 고등학생 조카가 3등상은 대학생 조카가 받고 나머지는 참여상으로 다 멋진 봉투를 받았습니다.
참여상을 받으신 작은 오라버니는 그 참여상봉투를 열심히 시를 외웠지만 엄마아빠가 검진때문에 참석을 못해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으므로 민서에게 주겠다고 양보해주었습니다.
3살 민서도 정말 열심히 시를 외웠는데 엄마가 산부인과 정기검진이 있었던 관계로 시낭송대회는 참여하지 못하고
식당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 김종상
산새가 숲에서
울고 있었다.
바위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산새와 바위는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생각한단다.
바람이 구름을
밀고 있었다.
하늘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바람과 하늘은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단다.
동행,
이수동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 이내 10번은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마지막이라는 말보다 더 슬픈 말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원태연
어느날 습관처럼 텅빈 공원을 걸었습니다
문득 구석에 있는 공중전화를 발견하곤
수화기를 집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습관처럼 전화를 걸려했죠
그 누군가는 이미 내 곁에 없다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난 어렸을 때를 기억합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주 어렸을 때 말이죠
엄마 곁에 누워 잠이 들었었죠
한참을 자고 일어난 후에
곁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 슬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큰소리로 한없이 울었더랬습니다
그와 헤어진 후에 마지막이라는 말을
참 많이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때 마다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처음에는 마지막이라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깨닫게 되었고,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아직도
마지막이라는 말보다
더 슬픈 말을 알지 못합니다
내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음보다
더 슬픈 존재를 나는 알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주검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마음이라는 시로
그꽃으로
영어 선생님 답게 영어로...
정지용 님의 시 향수 합송
우리 식구들..대단합니다.
팔방미인 여동생이 사회를 보고
큰오라버니 내외와 우리 내외가 심사를 하고
제부와 작은아들이 사진과 동영상을 맡고
20여명이 모여
어머니계신 소영원 아래
아버지께서 지으신
기쁘게 만나라는 가회정에서...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늘 글을 읽으셨고 제사날에는 편지로 대신하라는 말씀에
우리집 가훈으로 남겨주신 화이불류의 뜻을 이어 시낭송대회를 열었는데
준비위원과 심사위원장을 맡은 제 가슴이 뿌듯합니다.
초청시낭송으로 남편과 둘이 합송한
정지용님의 향수도 많은 박수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열심히 시를 외운 민서에게
참여상금을 주신 오라버니 감사합니다.
대상 앵콜
이렇게 우리식구들만이 참여해 치른 제1회 화이불류 시낭송대회를 마쳤습니다.
웃음도 있었고 눈물도 있었고 그리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년 제2회 시낭송대회는 2등과 3등의 상금을 올리겠다는 오라버니말씀에 힘을 얻었습니다.
또 일년간 열심히 시를 고르고 낭송하며 지내게 될 우리식구들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낸 우리식구들은 아픈 마음을 잘 달래며 살아갈 것입니다.
시낭송 대회를 치르며 특별한 성묘를 한 우리식구들
어머니도 아버지도 흐믓하게 내려다보셨을 겁니다.
시낭송 대회의 여운이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시낭송대회를 끝내고 돌아가는 여동생이 우리 6남매 밴드에 이런글을 올려놓았습니다.
*동생의 글
지금 기차를 탔습니다 아침일찍 서둘러 오느라 조금은 피곤합니다 아마 금방 잠들것 같습니다.
우리를 어루만져 주시고 싶은데 그럴수 없어 애닯은 우리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그래도 우리가족 모여 아버지 엄마가 계신곳에서 두분을 추억하며 즐겁고 가슴뜨거운 시간 보내서 흐뭇하기도 합니다
난희랑 채원이 참 잘했습니다 두손 꼭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읊었던 서로가 최고였습니다
우리 준기와 지원이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지원이는 정말 열심히 외웠고 준기는 매일 늦게 집에 돌아와 힘들었는데도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시를 고르고 읽었습니다
아마 이시간을 계기로 한편의 시를 대할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질거란 생각이 드네요
현중이 수현이 강은이 채린이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얼떨결에 참가한 저에게도 말이죠
올라올때 느낍니다
내려갈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가슴벅찬 감동을요
우리 가족들 모두 수고했습니다
떡도 맛있었고 오리 정식도 좋았습니다
서로 떨어져서 보내게 될 추석이지만 마음은 늘 함께 있는 풍성한 추석되세요
언니덕분에 찰랑거리는 부드러운 머릿결로 기분좋게 올라갑니다
내년 제2회 화이불류 시낭송대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모두모두 사랑해요~~~♥
*사회를 본 동생의 글
열심히 준비했다는 경은이~~내년을기대할께♡
커피숍알바에열심인 화진이참석했음 1등했을테구♡서정도형서진 내년엔 꼭함께하자♡
귀요미 민서두~~♡♡♡웅기야 사랑하구 울가족모두 사랑합니다♡♡♡
대전가족들은 칼국수 쏘주한잔으로 긴 여운 즐기고있답니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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