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절망의 벽(도종환님의 시 담쟁이)을
넘을 수 있는 희망이었다
지난 화요일 형제들이 내려왔고 절망의 벽앞에서 우리는 아버지와의 이별을 아주 잠깐
준비했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참으로 강인하셨다.
200이 넘었던 혈압이 내려가고
40도를 육박했던 체온도 조절하셨다.
천천히 6남매에게 이르실 말씀을 끝내신 후
아버지는 너무도 편안한 모습으로 소생하셨다.
그 자리에 나의 두 올케언니들이 계셨다.
오빠들이야 아버지니까 당연하게 애타고 조급했고
딸이야 마음만 허둥댔지 아무런 힘도 보태지 못했는데
두언니는 아주 조용히 아버지 곁을 지키고 계셨다.
서로 상의해 가면서 어떻게하면 아버지께 식사를 드시게 할까를 노심초사하며
서울에 조카들을 둔채 아버지 곁을 지키고 계셨다.
분명 그덕이었을거다
아버지가 말씀중에도 며느니들 너무도 고맙다고 하셨지만
시누이 입장에서 두 올케언니들이 존경스럽다.
나도 남의 집 맏며느리인지라
언니들을 보면서 가끔 느슨해지는 마음을 다잡곤 한다.
오늘 저녁 언니가 쑤어온 흰죽을 한공기 드시는 아버지를 보고 돌아와 큰 올케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언니 존경스럽습니다 라고..
우리가 기도하는 어느 성인보다
더 성인같은 우리 언니들
평소 우리집은 아들보다 며느리들이 더 잘들어왔고
딸들보다 사위들이 잘 들어왔다고 늘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그 말씀
정말 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1년을 병원을 다니시던 아버지를 모시고 다닌 내남편
서울서 급하게 내달려 오던 큰오빠 작은 오빠
그리고 막내
늘 아버지 마음을 즐겁게 해드리던 여동생들..
그러고 보니
나만 아버지께 많은 아픔을 안겨드렸다.
아버지 가슴에 수없이 박은 못자국은 아마 이 딸 때문이라 생각이 든다.
제대로 못갈친 못난 애비를
스스로 공부해 훌룽한 애비 만들어줘서 고맙다라는 말씀을 남기신 아버지
아버지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보상할 수 있도록 더 오래 곁에 계셔주시기만을
간절히 기원하는 밤
우리아버지의 사랑의 온기가 마음을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