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축복

비단모래 2013. 8. 28. 18:05

민서는 채원언니를 참 좋아한다.

어제도 채원언니네가 가자 함께 가겠다고 울었다.

그동안은 채원이가 올 때마다 할머니랑 살고 싶다고 울고 갔는데..

 

이젠 그렇게 헤어지는 일이 없이 세공주가 같은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뒷동에 큰아들네가 살아서 참 든든하다.

컴퓨터가 잘 않될 때, 휴대전화에 앱을 깔을 때

집안에 좀 어려운 일이 생겼을때 아들...하고 부르면 아들은 언제 어느때든 홍반장처럼 나타나

시원하게 해결해 준다.

우리가 아프면 언제든지 말쑴하시라고 하고

하루에 한번씩은 민서를 데리고 와 웃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해준다.

 

혹시 밖에 있는데 거실문이라도 닫아야 할 일이 생겨 민서엄마에게 문자를 보내면

넹...이라는 답이 날아온다.

마트에 갈 일이라도 생기면 살거 없는지 확인하고 가는 큰며느리를 보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그런데 4년전 안양으로 이사갔던 채원네가 대전으로 이사오게 되었다

작은 아들이 대전에 있는 한 대학병원으로 오게 되었기때문이다.

어제 면접을 보고 합격소식을 듣고 아파트 계약을 했다.

그것도 민서네가 사는 아파트 옆라인 같은 층이다.

 

작년 엄마가 갑성선암 수술을 하고 힘들어할 때 아들이 간호사인데도 곁에서 돌봐주지 못한

마음이 무거웠다고 한다.

아들 아플때는 엄마가 떠나지 않고 곁에서 돌봐주었는데

정작 간호사인 아들은 그렇치 못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나보다.

얼마 전  아버지가 몸이 좀 좋지않을 때

더 그런마음이 생기더란다.

 

그래서 대전 부모님 곁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단다.

나이들어가는 부모곁에서 건강을 보살피고 싶다고 했다.

기특하다.

 

큰아들 어릴때 꿈이 3충집을 지어서 함께 사는 거였다.

이젠 그 꿈을 절반 쯤 이루었다.

 

특히 채원엄마가 대전으로 오는 걸 좋아해서 더 다행이다.

엄마곁으로 오고싶었다고 한다.

형님 곁에 와서 함께 아이키우고 함께 문화센터도 가고 싶다고 했다.

 

민서네도 동생들이 곁으로 오는걸 마음으로 반긴다.

 

무엇보다 부모는 자식들을 옆에두고 있는 든든함을 누린다는 건 축복이다.

장성하면 멀리 떠나 자식들을 그리워하면서 짝사랑하면서 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집은 늘 북적일 것이다.

사람사는 맛이 날 것이다.

축복이다.

 

외롭지 않을 것이다.

함께 걱정하고 함께 웃으며 살아갈 수 있을것이다.

한아파트에 3대가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지원군이되어

든든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축복이다.

 

이제 멋진 가을 시월이면 그 축복이 이루어진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드라마를 쓴 김수현 작가는 이런질문에  이대답을 했다

 

--세부적인 이야기는 현실적이지만 삼형제가 자식들과 함께 부모 아래 한 동네 모여 산다는 것은 '판타지' 아닌가.

 

▲자식새끼들 가까이 두고 살펴보고 싶은 건 모든 노인의 꿈이다.

다만 여건이 안되기에 흩어져 사는 거다. 결국은 가족 간의 문제 아닌가.

가족 간의 충돌이고 이해를 그리는 것 아닌가. 그렇기에 그들을 모여 살게 해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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