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제26회 지용제

비단모래 2013. 5. 11. 02:55

 

 

 옥천의 시인 정지용

시인을 기리는 지용제에서 시낭송을 하고 왔다.

대한민국 내로라 하는 시인들이 모인 자리

정말 가슴이 뿌듯했다

 

향    수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 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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