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鄕愁)
정지용 (鄭池龍)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 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 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 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주) 정지용 : 항일시인, 1902~1953년 추정, 충북 옥천,12세 때 결혼
1939년 문예지「문장」을 통해 청록파시인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등단시킴, 본 작품은 1923년 일본 유학시절에 쓴 시인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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