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은교를 읽고 있다

비단모래 2012. 5. 4. 11:10

 

적요한 소설

은교를 읽고있다.

 

실은 영화로 볼까하다가

박범신소설가의 문장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영화를 선정적인 것만 선전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일곱 소녀 은교의 음모가 비쳤다는 그 선전으로

사람을 끄는게 아닐까 싶고

그 어린소녀의 몸을 보면서 느껴야 하는 여자의 걱정...실은 엄마같은 마음이

영화를 예술처럼 마음편히 감상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아직 고등학생인 우리의 이쁜 딸 은교를

그냥 소설속에서 솜털 뽀송하게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은밀히 소설적 문장으로 관음을 느끼기 위해서 였는지도 모른다.

영상으로 펼쳐지는 적나라한 관계보다

소설적 붓터치로 가만가만한 문장의 힘은 오히려 더 입을 마르게 할 지 모르니까...

 

은교는 정말 목덜미에  햇살을 받아 솜털까지 비치는 투명한 소녀였다.

요즘 그 시대 소녀들이 쓰는 말을 쓰면서 한  노 시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실은 그 노시인은 심장이 팔랑이지 않았다.

이미 남성성을 잃어

어떤 누구의 매춘에 의한 것에도

심장은 팔랑이지 않았다.

 

그러나

은교에게서

그의 심장은 팔랑였다.

불쑥 힘이 솟았고

은교가 할아버지가 더 젊다라는 말한마디에 그냥 불끈 정맥이 산맥처럼 푸르게 솟았다.

 

그런 은교가...

 

 

은교는 빨리 읽지 못하고 있다.

천천히 은교를 생각하며 읽는다.

더구나 돋보기를 쓰고 책을 읽어야 하는 나이가 되다보니

조금만 오래 책을 읽어도 눈물이 앞을가려 책을 읽을 수가 없다.

 

새벽까지 읽었다.

그러나 마지막 몇장을 남겨두고 덮고 말았다.

 

은교

적요시인

서지우

그리고 변호사..

 

등장인물이 몇 안되지만 책은 꽉차 있다.

역시..박범신..

혹시 자전적 소설은 아닐까?

 

싶은 ..

 

예술가 가슴속에 품어둔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을 꺼내 소설을 쓰고 시를 쓰고

하지 않을까?

 

밋밋한 내 생각창고..

그러니 문제작이 나오지 못하는건 아닐까?

 

은교는 어떤 엔딩을 맞을까?

물론 지금 적요시인도 서지우도 이미 세상을 떠나 혼란한 그 시점

그시점에서 나는 은교의 엔딩을 궁금해 한다.

이번주말...은교

그 소녀를 만나고 가만히 책장을 덮어야지..

 

나와 함께 문예창작을 공부한 나이어린 대학동창의 문자가 들어왔다.

"은교 영화 보세요.

은교 정사씬만 빼고 문학이예요"

 

무슨 뜻인지 알겠다.

문학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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