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고향에 다녀왔다.
3년여 빈집이었던 시골집은 아버님의 온기로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화단의 금강초롱도 불을 밝혔고
그 아래 제비꽃도 수줍게 웃는다.
지천으로 널린 돌나물 머위 달래 두릅 엄나무 둥글레
집안 가득 봄이다.
왠지 빨간 루즈바른 언니같이 붉은 명자꽃
언니는 지금 봄이 붉다는 걸 알고 있을까?
기억상실에 걸려 있는건 아닐까?
이렇게 봄이 붉은데
모두 고향을 품은 언니였으면 좋겠다.
두릅나무가 100여그루..
두릅을 삶아 된장과 마늘조금 들기름만 넣어 무쳐 상에 올리니 '아버님 정말 잘 드신다.
어르신이라 좀 폭 삶아서 부드럽게 무쳐드리니
초장 찍어 드시는것과는 색다르다고 좋아하신다.
역시 고향의 두릅은 향부터 다르다.
많이 따서 작은집..큰며느리 .친정..우리집..이렇게 나누고..
아버님 드실것 무쳐서 넣어놓고...
애기똥풀도 화단 한구석에 꽃을 피웠다.
꽃이 아까워 그낭 두기로 한다
이걸 뜯어내면 줄기에서 애기똧처럼 노란 진액이 나온다.
참...
신기하게 이름붙인 꽃이다.
울안에 하얀민들레가 지천이라 한곳에 모으기로 했다.
요즘은 노란민들레는 많아도 하얀민들레는 보기어려운데..
우리집 울안에는 하얀민들레가 많아서 이것 한곳에 모르면 좋겠다 했더니
남편이 삽을 들고 하얀민들레 텃밭을 만들어 주었다.
역시 아내말은 참 잘 들어주는 남편,,,난 민들레 처럼 웃기만 하면 됐다.
얼마나 내가 무심한지
시골집에 달래가 있다는 걸 몰랐는데 뒤울안 앞 화단에 달래가 지천이다.
뒤울안것은 캐서 간장을 만들었더니 향이...
사먹는 것과 비교도 않된다.
화단에 것은 이렇게 동그랗게 만들어 놓었다.
마늘대궁만 해진 달래..
그래 사랑을 달래..
울안에 둘글레도 지천이다
이렇게 통통한 둥글레 잎이 쏫았다.
잡풀 뽑아내느라..아..오늘 허리는 정말 아프다..
밥풀꽃
며느리와 시어머니간의 슬픈전설이 있는 밥풀꽃도 울안에 붉다.
저 다닥다닥한 붉은 밥풀이 며느리 눈물이란다
나 시집가서 하얀 사기사발에 고봉으로 밥을 퍼주시는 시어머님 때문에 처음에 늘 체하고 했는데..
얼마나 배고팠으면 이 붉은 눈물을 쏟아냈을까?
이건 이름 모르겠다.
우물가에..우리시댁은 아직 시원한 우물이 남아있는데
우물가에 납작하게 피었다.
요건 내가 자꾸만 분양시켜 화분을 늘리는 장미바위솔
겨울동안 이렇게 밖에 내놔도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가도 붐이되면 발깧게 장미처럼 피는 바위솔이다.
그 강한 생명력..아무렇게나 꽂아놔도 사는 바위솔이다
모양도 한송이 장미처럼 이쁜..
빈화분만 생기면 한송이 떼어 놓으면 또 다닥다닥 새끼를 친다.
물을 안줘도 되고..들여놓을 필요도 없이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 기르면 좋은 것..
아버님은 내가 소꼽장난 한다고 하신다.
남편은 소녀같다고 한다.
그러나 이화분이 늘어날수록 내꿈도 커진다.
뭔지 모르지만 뿌듯하니까..지금 50개가 넘었다.
올봄은 장독대를 다시 만들기로 했다.
어머님 쓰시던 30여개의 장독과 내가 이렇게 모아놓은 20여개의 장독을 우물옆에 이쁘게 만들기로 했다.
장독대에 불두화 환하게 피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 아름다운 장독대에서 장이 익어가도록..
아름다운 장독대를 만들 예정이다.
도시에 살지만 꿈꾸는 고향이 있다는 행복
아버님 드실 국도 불때서 끓여놓고 왔다.
또 그렇게 아버지는 이 화단의 꽃들과 함께 고향을 색칠하고 지내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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