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흰머리좀 뽑아줘"
남편에게 쪽집게를 내밀었다.
남편의 무릎을 베고 누웠더니 남편은 내머리카락 속에서 하얀머리를 솎아냈다.
처음엔 따끔거리더니 이내 시원해 져서 잠이 솔솔왔다.
한참 후 일어나보니 탁자위에 흰머리카락이 수북하다.
"와 이렇게 많았어"
"그러네..마음이 짠하네..그렇게 검고 숱도많고 하더니 어느세월에 이렇게..."
내머리는 정말 부모님닮아서 검고 숱도 많았다.
긴머리를 묶으면 고개가 아플정도로 무게감이 느껴졌다.
어머니도 일흔이 넘으시도록 염색한번 안하셨고 숱이 많으셔서 쪽머리를 하시면 참 근사하셨다.
그런복을 타고나 친구들이 사십넘어부터 염색을 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아직까지 흰머리 염색을 하지 않고 지냈는데
이제 머리를 들추면 흰머리가 서늘히 보인다.
지금이야 그런 주례를 듣기 쉽지않지만 나 결혼할때 까지만 해도
주례선생님은 의례 검은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사랑하고 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는 결혼생활에 어떤 길이 놓여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예..라고 대답한것 같다.
검은머리 파뿌리 되는 세월..
족히 30여년은 되는 세월인 것 같다.
나도 올해로 33년째로 들어서고 있으니 그세월이 흐르며 내머리의 윤기도 사라지고
그 많던 숱도 머리를 감을때마다 한웅큼씩 빠져나가니
감당하기가 힘들어진다.
ㅋㅋ
세월이 이만큼 흘렀다.
그러나 나는 혼안서약을 지켰다는 생각이 든다.
검은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살고 있으니 말이다.
이젠 이런 약속을 해야 할때가 되었나보다.
머리가 온통 하얀백설이 될때까지...
어느 재밌는 주례사에 보면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검은머리가 대머리 될때까지 사랑하는 것도 좋습니다."
라고 해서 장내가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그래
이제 파뿌리 될때까지 살았으니
이제 머리가 빠져 없어져 머리카락이 성글어져도 그날 까지 살아야겠다.
나 뿐아니라
남편의 머리도 어느새 성성한 백발이 눈에 띄이고 있으니..
남편에게 더 마음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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