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동서야, 그러니까 살아

비단모래 2011. 11. 25. 02:44

 

동서의 병실에서 자네의 머리맡을 지키며

자네 남편이 울고 있네.

 

아무것도 해줄수 없다고

아무것도 해준게 없다고

 

나 아니고 다른 사람 만났으면 안아팠을 수도 있었다고

부질없지만 그런 후회를 하고 있네

 

8남매 둘째며느리로 우리가문에 와

그 많은 일들 해내고

살림 반짝이게 하고

웃음 많고

이야기 재밌던 자네

 

왜 그렇게 입다물고 있는가!

 

오늘 자네의 생일이네.

어쩌면 이 생일이 이생의 마지막 생일일지 모르는 불안감에

잠이 오지않아

새벽불을 켰네.

 

생과 사의 길이

어떤 길로 나뉘는 걸까?

볼 수 있고, 볼 수 없는 그것

 

나는 자네를 오래보고 싶네

터들어 가는 입술에 물 젖은 거즈 수건을 올려주며

나는 자네에게 비네.

 

나 어떡하라고

나 누구에게 속상한 말 하고

나 누구에게

내 속내 털어놓냐고

 

동서야

그러니까 살아

있는 힘

죽을 힘을 다해

제발 살아

 

나보다 한 살 어리면서

나 만큼 살지도 않았으면서

그렇게 하면 반칙이야

 

우리 올 일월에 울산 포항으로 여행했듯이

내년 일월 제주도 가기로 한 약속 지켜야지

 

동서야

그러니까 살아

있는 힘

죽을 힘을 다해

제발 살아

 

동서 없음

나 허둥대느라

동서 없음

자네 남편 우는 거 보느라

자네 두딸과 하나뿐인 아들

그 아이들 바라보다가

나도 우느라

어찌 할 줄 모를거야

 

동서야. 제발 살아

의사가

병원에서 기약한 그 날들 무시하고

제발 살아,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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