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디트뉴스에 나왔네요*^^*

비단모래 2010. 5. 13. 14:45

낮 2시, 저희가 책임집니다"
[집중조명]방송...대전MBC '즐거운 오후2시'
2010년 05월 13일 (목) 09:00:13 우종윤 객원 man-pa@hanmail.net
   
오후 2시를 책임지는 즐거운 오후2시 제작진들.(앞줄 왼쪽이 진행자 박은주, 그 옆이 작가 이현옥, 뒤가 진행자 김주홍)

“두시가 즐거우면 온 국민이 행복 합니다”

 활기찬 멘트를 시작으로 매일 오후 2시 25분(토요일 오후 2시 10분)이면 어김없이 우리들에게 달려오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전MBC 간판프로그램인 ‘즐거운 오후 2시’(연출 유준호)다.

우선 이 프로그램이 대전MBC라디오 간판 프로라 지칭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이 프로그램은 청취 층이 다양하다. 일반 음악프로그램이나 시사프로그램의 경우 청취자 쏠림현상이 있다.

방송을 만들 때 그 방송을 듣는 주 청취자 층을 정하고 그 대상에 맞게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때문에 음악프로그램은 음악을 좋아하는 20-30대 젊은이들을 주 타겟으로, 시사프로그램은 각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4-50대 직장인을 주 청취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즐거운 오후 2시’의 청취자는 특정 대상이 없다. 버스나 택시를 모는 운전자부터 비닐하우스에서 라디오 틀어놓고 일하는 사람, 수선집, 떡집, 가내수공업을 하는 사람 등 등...묵묵히 자신의 주어진 현실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우리네 이웃 모두가 주 청취자이기 때문이다.

‘즐거운 오후 2시’가 대전MBC라디오 간판프로인 또 다른 이유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들이 대전MBC 각 분야에서 최고의 베테랑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모두 거친 최고의 실력자들로 팀이 구성되어 있다.

일단,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령관인 담당PD는 대전MBC 거의 모든 요직을 두루 섭렵하고 이제는 야인으로 돌아와 방송제작에만 전념하고 있는 유준호국장이다.

유 국장을 장수에 비교한다면 장수중에 최고의 장수라는 덕장에 속한다. 오랜 방송국 생활에서 묻어나오는 인품과 덕으로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팀원들이 마음 놓고 자신들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 해준다.

이번 취재에서도 방송진행자와 작가에게 포커스를 맞춰 달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에서 진정한 덕장의 면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작전참모를 맞고 있는 작가는 또 어떤가.
올해로 방송작가 경력 19년을 맞고 있는 대전지역 방송작가계의 왕언니 이현옥(53)작가다. 91년 가을개편 처음 대전MBC와 인연을 맺은 후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이 작가가 담당했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대전지역 방송 작가로는 왕언니인 이현옥씨. 그녀가 쓴 대본이 많은 청취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라디오 프로로는 ‘신바람오후 3시’, ‘대전충남 오늘과 내일’, ‘여성시대’, ‘별이 빛나는 밤에’를 거쳐 현재 ‘즐거운 오후 2시’...TV는 ‘주부가요열창’, ‘TV장터’, ‘청풍명월’, ‘토크엔조이’등 있다. 시사프로그램을 비롯해 음악, 청소년 대상의 프로그램 등 어느 특정분야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방송 참여한 청취자에게 선물을 보낼 때 선물뿐만 아니라 좋은 시한 편을 같이 넣어 보내요. 얼마 전에는 제가 처음 방송작가 할 때 보내드렸던 편지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는 사연을 받았는데 가슴이 짠 하더라구요.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들이 청취자들에게는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 방송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항상 청취자들에게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이 작가는 방송뿐 아니라 ‘아름다운 동행’, ‘읍내동 연가’, ‘아이야, 우리 별따러 가자’, ‘친정아버지’, ‘내안에 그대가 있네’라는 시집과 라디오 ‘대전충남 오늘과 내일’ 작가 시절 썼던 방송글 모음집인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이라는 책을 발간하는 등 대전지역 중견 문인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에 있다.

그렇다면 방송의 진행을 맡고 있는 진행자들은 또 어떤 이들인가.
자칭 라디오 영화배우라는 별명으로 대전MBC에서만 벌써 20년을 넘게 몸담고 있는 김주홍(46)과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아역탤런트 출신(?)의 박은주(40)다.

김주홍씨는 89년 FM프로그램인 ‘오픈스튜디오’에서 리포터를 시작으로 ‘젊음이 있는 곳에’, ‘신바람 오후 3시’, ‘여성시대’등을 거쳤다. 특히, 김씨의 초창기 시절 ‘젊음이 있는 곳에’ 코너 중 각 학교를 찾아다니며 그 학교의 명물을 만나보는 ‘괴짜들의 행진’은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였다. 지금처럼 연예들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그는 거의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그때는 대단했어요. 방송장비 메고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난리가 납니다. 창가에 달라 붙어 소리 지리고, 손 흔들고 수업을 못 할 정도였어요. 그리고, ‘괴짜들의 행진’ 듣지 못하면 다음날 친구들과 어울리지를 못 했고 우리 학교 와 달라고 참여 신청하는 편지와 엽서가 하루에도 수 십통씩 왔었으니까 정말 대단했죠”

그렇게 화려한 라디오 전성기를 누린 그가 93년 처음 메인진행을 맡은 프로그램이 ‘여성시대’다. ‘여성시대’는 지금도 전국방송이 되고 있는 MBC라디오의 대표적 인기 장수프로그램이다.
   
진행자들은 작가와 프로듀서가 만들어 온 재료를 맛갈나게 만들어 내는 방송의 요리사이다.

그런 프로를 2003년까지 꼭 10년을 진행했다. 그전까지의 프로그램이 청소년 대상이었다면 ‘여성시대’는 우리주변 이웃들의 잔잔한 이야기. ‘괴짜들의 행진’을 통해 현장에서 청소년들과 어울리며 쌓은 순발력과 10년 동안 ‘여성시대’를 진행하며 우리 주변의 이웃 사는 이야기들을 접한 것이 ‘즐거운 오후2시’를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오랜 방송진행으로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많다.
한번은 서울에 사는 친구가 대전에서 택시를 타고 혹시 김주홍이라는 라디오 진행자를 아냐고 기사에게 물어 봤단다. 그랬더니 그 기사분이 김씨가 어디 살고 몇 년도에 결혼을 했으며 아이가 몇 인지까지 정확히 알고 있더라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그 사람에 대해 잘 아냐고 물어 봤더니 방송을 매일 들어 이제는 이웃에 사는 사람 같다고 대답을 하더란다.

또, 이뿐만이 아니다.
가끔 택시를 타거나 주말 시장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들이 한참을 쳐다본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은 항상 같다.

“아저씨, 목소리를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혹시 ‘즐거운 오후 2시’ 진행하는 사람 아니예요”

김씨는 라디오진행자 답지 않게 특이한 이력이 이기도 하다. 2000년 대전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박철수 감독의 ‘봉자’라는 영화에 부동산주인역으로 출연한 이력이 있다.

특이한 이력으로는 여성 진행자 박은주씨도 만만치 않다. 80년대 대한민국 대표 어린이 프로그램인 ‘호랑이선생님’에 출연한 배우 출신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뮤직컬 배우로 대전야구장, 대전월드컵경기장의 장내 아나운서로 활약하기도 했다.

박씨가 대전MBC와의 인연은 맺은 것은 81년 어린이 합창단을 하면서부터다. 초등학교 4학년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그렇게 방송국에 발을 들였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국과 멀어지게 됐고 그때까지만 해도 방송국과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대학진로를 고민하던 중 자연스럽게 주변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연극영화를 전공하게 됐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97년 대전MBC리포터로 돌아 왔다. 초창기 야구리포팅을 주로 하다 98년 ‘여성시대’의 한 코너였던 ‘우리의 이웃’을 맡게 된다.

“그 코너가 우리 주변 생활이 어려운 분들을 소개하고 도움을 드리는 내용이었는데 방송 녹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들에게 협찬해주는 물품도 제가 직접 받아다 전달해 주는 일까지 담당했어요. 전민동가서 반찬협찬 받고 오정동가서 쌀 협찬 받아 전달해 드리고 그땐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렇게 그분들과 나눴던 이야기와 정들이 지금 방송을 진행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좋은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당시는 무거운 쌀을 이고 언덕을 오르다 허리를 다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한다. 박씨는 ‘즐거운 오후2시’를 진행하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방송을 만들고 좋은 청취자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것이다.

   
대전 MBC 홈페이지에 있는 '즐거운 오후 2시' 안내 셧.
이런 베테랑들이 만드는 방송은 특별히 말이 필요 없다. 그저 눈빛만 봐도 그 사람의 컨디션이 어떻다는 것을 싶게 알 수 있다. 이렇게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이 잘 맞으니 좋은 방송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유준호 국장은 ‘즐거운 오후2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대청댐 쪽에서 포도밭을 하는 할머니가 ‘괜찮아유’노래방에 참여를 했어요. 할아버지 하고 두 분이서 매일 우리 방송 들으며 농사 일 하러 다녔는데 할아버지가 다치셨데요. 그래서 리어카에 할아버지 싣고 밭에 오셔서 일 하면서 할아버지 심심하니까 할아버지 좋아하는 노래나 한 자락 한다고 전화를 주신거예요. 이런 분들이 듣는 프로그램이니 어떻게 정성스럽게 만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즐거운 오후 2시’의 주 청취 층은 앞서도 말했듯이 다양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방송. 시사가 있고 노래가 있고 웃음이 있으며 감동이 있는 방송이 바로 ‘즐거운 오후 2시’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知之者는 不如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樂之者니라)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에 나오는 말이다.

‘즐거운 오후 2시’를 만드는 사람들 모두는 방송을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방송을 통해 우리 이웃과 대화 하고 정을 나눈다는 즐거움으로 모든 청취자들이 크게 웃을 수 있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아름다운 삶의 시간들  (0) 2010.05.16
오월을 노래하는 시낭송가들  (0) 2010.05.14
새만금을 가다  (0) 2010.05.09
채만식 문학관  (0) 2010.05.09
어버이날  (0) 2010.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