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담아두고 싶은 사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

비단모래 2009. 10. 29. 23:44

 

 

부부

       최석우

 

세상에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같던 날들 흘러가고

고민하던 사랑의 고백과 열정 모두 식어가고

일상의 반복되는 습관에 의해 사랑을 말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다른 부부들 보면서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옛 사랑을 생각하면서

 

관습에 충실한 여자가 현모양처고

많이 벌어오는 남자가 능력 있는 남자라고 누가 정해놓았는지..

서로 틀에 맞춰지지 않는 상대방을 마땅해 하고

자신을 괴로워하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귀찮고 번거롭고

어느새 마음도 몸도 늙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헤어지자 작정하고

아이들에게 누구하고 거냐고 물어보면

모두 엄마 아빠랑 같이 살겠다는 아이들 때문에 눈물 짓고,

비싼 입고 주렁주렁 보석 달고 나타나는 친구.

비싼 차와 풍경 좋은 별장 갖고 명함 내미는 친구.

까마득한 흘러가도

융자받은 갚기 바빠 마련 같고 ...

한숨 푹푹 쉬며 애고 팔자야 노래를 불러도 ...

어느 몸살감기라도 호되게 앓다 보면

빗길에 달려가 사오는 사람은

그래도 지겨운 아내...

지겨운 남편인 ...

 

가난해도 좋으니 사람 옆에서 살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하루를 살고 헤어져도 사람의 배필되게 해달라고 빌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시든 송이 굳은 케잌 조각에 대한 추억이 있었기에..

아이 낳던 함께 흘리던 눈물이 있었기에..

 

부모 같이 치르고

무덤 속에서도 같이 눕자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기에..

 

헤어짐을 꿈꾸지 않아도

결국 죽음에 의해 헤어질 수밖에 없는 날이 있을 것이기에..

 

어느 햇살 좋은 드문드문 돋기 시작한 하얀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다가가 살며시 말하고 싶을 같아

 

그래도 나밖에 없노라고..

그래도 너밖에 없노라고.. 

 

오늘 인생은 아름다워 프로그램에 나오신 일흔 여덟의 송 할아버지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시리고 또 존경스러웠다.

이 할아버지는 18에 결혼한..그래서 60년을 함께 산 여든의 아내가 계시다.

꽃다운 아내 스무살에 시집와 노부부모 잘 공양하고 그리고 그 부모님 상 함께 치르고

5남매 낳아  훌륭하게 기르셨다.

경찰 공무원이셨던 송 할아버지는 그때 상황이 가족을 돌볼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비상근무였고 박봉에 늘 아내혼자 집안을 꾸려갔다.

그 아내는 시아버지의 임종도 혼자 지켰다.

변변한 옷한벌 없고 변변한 여행한번 가보지 못하고 그렇게 살아오셨다.

아내의 말없는 외조로 경찰공무원을 눈부시게 정년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연금도 타고 오남매도 훌륭하게 자라 걱정없는데

그의 아내가 치매가 걸렸다.

그때부터 송할아버지는 할머니 손을 잡고 아기 돌보듯 돌보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작은 서예학원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아침 9시 아내손을 잡고 출근하고

저녁 5시 아내손을 잡고 퇴근한다고 하셨다.

오남매 조차도 몰라보지만 유일하게 남편인 항아버지만 알아보신다고 한다.

 

친구와 점심약속이 있어도 아내를 데리고 가고

경우회 모임에도 데리고 가고

충효예교실 봉사활동할때도 데리고 가서 의자에 앉혀놓고 하신다고 했다.

처음 남들은 시설에 맡기지 그러냐고 했다.

그러나 그럴수 없었다고 하셨다.

 

없는 집안에 시집와 부모 모셨고 아이들 잘 길러줬는데..

그리고 남편이 나만 의지하는 다섯살 어린아이 같은 아낸데

어찌 떼어놓을 수 있느냐고 하셨다.

불쌍하고 미안하고 안쓰러워서 잘 보살피고 싶다시는 송할아버지

 

이젠 모임에서도 인정을 하고 여자분들은 내 아내가 행복한 여자라고 오히려 부러워도 한다시며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는한 꼭 데리고 다니려고 한다고 하셨다.

아버지 그 모습을 보고 객지에 있던 큰 아들내외가 한 집으로 들어왔고

아침 자녁 따뜻하게 바을 해주고 의복 현철하게 갖춰 준다고 자랑하셨다.

내가 아내를 귀히 여기니 아이들도 제어미를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러며 큰 며느리가 효부상까지 받게 됐다시며 며느리를 칭찬 하셨다.

그래도 집에 두면 아내가 불안해 하고 며느리짐이 무거울 까봐

낮에는 항상 같이 동행한다고 하셨다.

 

아 그말을 들으며 가슴이 아려왔다.

젊고 간강하고 사랑할때 맺은 인연이

늙고 병들었어도 지켜지는 60년 사랑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잔잔히 말씀을 들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전하는 할아버지 사랑이야 말로

참사랑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가족이 사랑하니 치매가 천천히 진전된다고 하셨다.

병원에서도 모범적인 치매가정이라고 의사선생님이 꾸준히 지켜보신다고 하셨다.

 

방송 녹음을 마치고 방송국 정문 안내실까지 나가서 인사를 드리고

돌아오며 정말 힘드시지만 더 간강하시라고 전해드렸다.

정말 할머니는 행복한 분이라는 생가깅 들었다.

지극한 남편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는 분

먹여주고 손잡아주고 재워주고 ....그리고 걱정하는 남편이 있다는 것

정말 행복하신분이 아닌가 싶다.

 

기억 저편에 오로지 남편만 남기고 모든걸 지워버렸지만

그 남편하나가 삶의 위안이 되고 계시지 않을까?

그 아름다운 60년 동행을 하고 계시는 송할아버지를 가슴에 담는다.

 

어느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프거나 짜증나거나 힘들다고 느껴질때

나를 바라보는 거울로 남겨두고 싶어서...그리고 그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