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제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금사 (錦沙)
불이 난 비닐하우스
형체도 없이 뼈대가 부서져 내렸다
오그라붙은 마디마디
오장육부까지 다 토해내고 불에 그을렸다
번지수도 없어
그들은 노숙자마냥 하늘에 주소를 두고
슬프게 웃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자다가 맞은 난리통에서
여든넘은 할머니도 두살된 아가도
그 지옥에서 탈출 할 수 있었으니
뉴스에서는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다 라고 대문을 닫았다
널름거리던 불혀
거기 사람들이 살았는지도 기억조차 못하게
추억을 스캔해놓지 못한 시간을
모조리 지워놓고
그자리에 꽃 한송이 소지처럼 대궁을 내밀었다
아!
얼마나 찬란한 해산인가
꽃은 제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그 질긴 삶을 내릴 수 있는 곳 어디면
바위 틈
불탄 곳
자갈 밭
매연 찬 아스팔트 구멍 하나 있으며
연약한 뿌리 송곳처럼 이빨을 세워
징한
가난을 머리에 인 사람들처럼
거기에 뿌리내리고
웃는다
사람들만
땅을 가려
오늘도 가만히 있는 저 숲속의 허파 도려내고 있다
사람도
있는 제자리에서 활짝 꽃 피우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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