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詩)

꽃은 제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비단모래 2007. 4. 18. 08:01

 

꽃은 제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금사 (錦沙) 

 

불이 난 비닐하우스

형체도 없이 뼈대가 부서져 내렸다

오그라붙은 마디마디

 

오장육부까지 다 토해내고 불에 그을렸다

번지수도 없어

그들은 노숙자마냥 하늘에 주소를 두고

슬프게 웃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자다가 맞은 난리통에서

여든넘은 할머니도 두살된 아가도

그 지옥에서 탈출 할 수 있었으니

 

뉴스에서는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다 라고 대문을 닫았다 

 

널름거리던 불혀

거기 사람들이 살았는지도 기억조차 못하게

추억을 스캔해놓지 못한 시간을

모조리 지워놓고

그자리에 꽃 한송이 소지처럼 대궁을 내밀었다

 

아!

얼마나 찬란한 해산인가

 

꽃은 제자리를 가리지 않는다

그 질긴 삶을 내릴 수 있는 곳 어디면

바위 틈

불탄 곳

자갈 밭

매연 찬 아스팔트 구멍 하나 있으며

연약한 뿌리 송곳처럼 이빨을 세워

징한

가난을 머리에 인 사람들처럼

거기에 뿌리내리고

웃는다

 

 

사람들만

땅을 가려

오늘도 가만히 있는 저 숲속의 허파 도려내고 있다

사람도

있는 제자리에서 활짝 꽃 피우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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