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배부르고..술취하고

비단모래 2007. 2. 3. 22:08

                                  남편이 깎는 남근..수백개 깎았다...요즘은 남근 달린 차수저를 깎고 있는데

                                     500여개 깎았다. 우리집에 오는 이들에게 하나씩 주면 신기해 하고 좋아                                    한다.     남편 정년후 고향에 가서 살면서..전시예정...

 

토요일 생방송을 끝내고 집에 오려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이쁜 마누라..수고 했어..집에 올 때 소주 한 병 사와"

"왜?"

"먹게"

"안주는 있어?"

"응 매운탕"

"아버님께 잘 다녀왔어?"

"응..국 잘 갔다 드렸어"

"알았어..소주 사갈게"

 

돌아오는 길

아직 이울지 못한 보름달이 하얗게 둥글다.

왜 가슴이 시릴까?

저 달을 바라보니..

 

요즘 한참 잘 나간다는 가수가 생방송하는데 방송국을 찾아왔다.

우연인지 그녀의 노래가 신청곡으로 들어왔다.

"요즘 괜찮죠?"

"힘들어서 우울해요"

"아니 그렇게 잘나가는데 우울하긴"

"겉 으로만 그렇죠...힘든게 너무 많아요"

 

"그래도 너무 힘들어하지 마요..내일이 입춘이잖아요

아무리 겨울이 힘들다 해도 봄 햇살 나면 그만이예요

그런 날 있을거예요"

 

그렇게 말해줬지만 정작 나는 눈물이 났다.

둥그런 달을 보고.

 

마트에 들려 소주 3홉짜리 하나를 사가지고 집에오니

남편은 회 한접시를 내놓았다.

"며칠 전..당신이 TV에 나온 회를 보고 맛있겠다... 했잖아..그게 걸려서.."

 

매운탕도 맛있게 끓여놓았다.

 

"아버님 잘 계셔?"

"응"

"새로 산 가스렌지 괜찮아?"

"내가 뭘 알아야지..괜찮은것 같았어"

 

지난번 아버님께 갔다가 가스렌지 하나가 점화가 않된다고 했더니

남편이 막내시동생을 시켜 새걸로 설치를 했다고 한다.

 

남편에게 소주한잔을 따랐다.

남편은 내게도 소주를 따라줬다.

 

권컨이 자커니..소주 한병을 다 마셨다.

 

자꾸 울컥 울컥 올라온다.

"고마워...맜있다"

"그래..주말마다 일하느라..."

 

"내일이 입춘이네.."

"그러네.."

"내일 아침 아버지께 가서 밥먹을까?"

"당신 일어나는 것 봐서.."

 

남편은 정말 내편이다.

 

무심코 먹고 싶다고 한 말 잊지않고

아버지께 가고 싶다는 날.. 내가 일어나는 것 봐서..가겠다고..

 

왜 그럴까?

내 남편은 ?

왜 내게 그렇게 애뜻한걸까?

 

고생시켰다고?

아이 기르느라 힘들었다고?

8남매 맏며느리 힘들다고?

 

아니다...다 아니다.

그가 착해서..

바보같이 착해서..

무조건 내편이라서...

 

배부르고 술취한 저녁

 

남편이 치는 피아노 소리가 듣기 좋다.

 

아내가 서재에 들어와 있는 시간...조용히 피아노를 치는 그의 마음

보름달 같이 둥글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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